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애취애 Jul 07. 2022

행복의 선순환 연습 - 요리

4장 행복연습 (4-7)

나는 아들에게 요리를 가르치고 싶다. 당연히 딸에게도 가르치고 싶다. 내 아들과 딸이, 자기가 좋아하는 요리를 자기들이 만들어 먹었으면 좋겠다. 


1인 가구의 증가로, 본인들이 음식을 해결해야 할 일이 많아졌다. 배달해서 먹어도 되고 밀키트로 간단하게 조리해서 먹어도 된다. 그래도 직접 해 먹는 게 제일 맛있다. 거기에 다른 효과도 있다.


내가 생각하는 행복의 3요소는, 자기 주도성, 자기 이해도, 자기 효능감이다. 요리에 다 들어 있다. 요리는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을, 자기가 먹고 싶을 때, 자기가 먹고 싶은 사람과 함께, 내 입맛에 맞춰 자기 방법으로 해 먹는 거다. 간단히 말해서 내가 먹고 싶은 거 내가 해 먹는 거다. 여기에 자기 주도성, 자율성, 자유도를 부정할 어떤 요소도 없다. 


집에서 내가 하는 요리의 메뉴의 기준은 명확하다. 내가 먹고 싶은 것이다. 내가 먹고 싶기에 사랑과 정성이 더 들어간다. 향료나 야채 하나만 부족해도 아쉽다. 번거로워도 마트가서 사 온다. 신경 써서 재료 함량도 잘 지키고 시간도 잘 맞춘다. 곁들이며 좋은 음료나 디저트도 고민하다. 이 모든 노력의 근원은 내가 먹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맛있다.


여기에 와이프는 숫가락을 얻는다. 이왕 하는 김에 4인분 하라고 한다. OK다. 1인분이 4인분이 되어도 냄비도 재료도 방법도 변하지 않는다. 재료비를 생각하면 가성비도 이상적이다. 더불어, 요리해서 함께 먹으면 가족 중에 내 팬도 생긴다. “아빠가 만든 고등어조림이 먹고 싶어요”, “엄마가 한 떡복이가 맛있고 아빠가 한 스파게티가 맛있어”라고 자녀들이 말한다. 


또 요리를 하면서 자기 입맛을 발견하기도 한다. 내가 잘 하는 요리는 열 가지를 넘지 못한다. 그래서 종종 새로운 메뉴에 도전한다. 최근에 도전했던 메뉴는 돼지고기 수육이다. 이 요리의 핵심은 고기 냄새를 잡는 거라 생각한다. 고기 냄새를 잡기 위해 인터넷 레시피를 보면서, 여러 방법을 시도했다. 술(요리주)을 넣기도 하고 된장을 넣기도 하고 생강, 마늘, 파 등을 때려 넣기도 한다. 그 중에 가장 만족해던 재료는 사과였다. 통 사과를 넣어서 고기에 과일향이 베게 했다. 내가 과일로서의 사과도 좋아하지만 사과향 나는 돼지 고기도 좋아 하는 걸 그때 알았다. “야채와 고기” 어울리는 조합이다. 그런데 나에게는 “과일과 고기”도 어울린다. 


스파게티의 면도 마찬가지다. 밖에서 먹을 때는 면의 굵기나 면에 함유되는 수분의 정도를 선택하기 힘들다. 여러 방법으로 시도하다가 익힌 면을 후라이팬에 볶은 후, 묽은 소스와 함께 먹는 거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다. 


새로운 메뉴를 시도할 때마다 나의 취향과 기호를 발견한다. 만약 레스토랑에 갔을 때, 뭐든 주문한 대로 만들어 주겠다고 식당 요리사가 제안한다면, 내 취향과 기호를 기초로 상세히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메뉴가 “돈까스”라면 “손바닥만한 돼지고기 안심을, 1-2mm 얇게 썬다음, 칼집을 충분히 내고 후추와 소금으로 밑간을 한 후, 전분을 묻히고 계란 푼거에 담갔다고 뺀 다음 빵가루 묻히고…, … 맛에서는 빵가루 튀김의 씹히는 느낌이 충분히 나야 하고 소스에서는 토마토향이 났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설명하겠다. 수 많은 시도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맛을 찾아 봤기 때문에 가능한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요리를 통해 자기 효능감을 맛볼 수 있다. 레스토랑에서 뭐든 주문한 대로 만들어주겠다고 해도, 그리고 내가 무척 자세히 설명한다고 해도, 요리사가 내 입맛을 정확히 맞출 수는 없다. 예전에 부녀 요리사에 대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아버지 요리를 따라 하고 싶은 딸 요리사는 아버지가 가르쳐 준대로 요리를 만들었다. 그런데 맛이 달랐다.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버지, 똑같은 재료를 가지고 똑같은 방법으로 만들었는데 왜 맛이 다르죠?”, 아버지는 답했다. “당연하다. 사람마다 재료를 써는 크기가 다르고 사용하는 도구가 다르다. 그렇기에 똑같은 재료를 가지고 똑같은 방법으로 만들어도 맛이 다르다.” 내가 레스토랑 요리사에게 재료와 방법을 일러 주어도, 레스토랑 요리사는 내 입맛에 딱 맞는 요리를 해 올 수 없다. 자기를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은 자기 밖에 없다.


이 세상 아무도 맞출 수 없는 내 입맛을 내가 맞추는 거다. 내 입맛에 맞는 요리를 만들어서 먹을 때 느끼는 기쁨 안에는 맛있는 기쁨도 있지만, 이런 요리를 만든 자기에 대한 칭찬도 들어 있다. 그래서 자기 효능감이 높아진다.


행복하기 위해서 자기 주도성이 강화되고 자기 이해도가 깊어지며 자기 효능감이 높아져야 하는데, 요리에서 그게 다 가능하다. 일종의 미니 프로젝트다. 먹고 싶은 요리 만들며(자기 주도성), 입맛을 발견하며(자기 이해도), 그걸 충족시킨다(자기 효능감). 그러면 또 만들어 먹고 싶어 진다. 선순환이 일어난다. 매일이라도 할 수 있다. 그 속에서 계속 주도성이 강화되고 이해도가 깊어 지며 효능감이 높아진다.  


나는 이번 여름 아들에게 고등어조림을 가르치고 싶다. 우리 아들이 고등어조림을 좋아한다. 아빠가 만드는 고등어조림이 맛있다고 한다. 그 요리로 아들을 꼬실 거다. 네가 만들어 먹고 싶을 때 언제든지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함께 고등어조림을 만들자고. 자기가 만든 고등어조림이 자기 입맛에 맞으면 계속 만들어 먹을꺼고, 다음에는 다른 메뉴에도 도전할 꺼다. 그게 행복연습이다. 


작가의 이전글 존중 받는 사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