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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애취애 Jul 06. 2022

존중 받는 사람

4장 행복 연습 (4-6)

사업과 관련이 있어 2년 전에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자 중 약 90%는 관련 일을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아무리 자격증 취득자가 많아도 현장에서는 항상 일손이 부족하다. 최저 시급에, 일도 고되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에 더해 존중 받지 못한다고 본인들이 느끼기 때문이다. 


최근에, 공익 광고에 요양보호사들을 아줌마라고 부르지 말고 선생님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말단이지만 의료 전문인으로서 존중하도록 주문한 것이다. 그런데 교육원에서 가르치는 사람조차 요양보호사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요양보호사 교육원에서 원장님을 포함해서 교수진들이 학생들에게 했던 말이 “여러분들은 아무런 책임이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였다. 한번이 아닌 여러 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책임 없음을 강조하며 학생들을 안심(?)시켰다. 환자를 돕다가 생길 낙상 사고 등에 대한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말씀이었을 것이다. 


나는 일터에서 필요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생각해 보았다. 환영 받고, 존중 받는 사람은 누구인가에 라는 질문이었다. 우선 효율이 좋은 사람이다. 같은 월급에 2-3사람의 일을 혼자서 처리하는 사람이라면 고용주 입장에서 대환영이다. 다음은 대체불가능한 사람이다. 자기만 할 수 있는 스킬이 있으면 존중 받는다. 대단한 게 아니어도 된다. 예를 들어, 팀원 중에 엑셀이나 파워포인트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자기 혼자라면, 필요한 사람이 된다. 마지막으로 책임지는 사람이다. 직위에 관계없이 자기 일에 대한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다.  


예를 들어, 능력이 없는 낙하산 리더라도 괜찮다. 팀의 실패를 본인이 책임지려한다면, 사람들이 떠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유능한 사람들이 모일 수도 있다. 약 50년 전 활동한 일본 유명 정치인의 일화인데, 그 사람 학력이 초졸이었다. 사업을 하며 자수성가한 사람이었다. 그가 최고 엘리트 집단인, 한국의 기획재정부에 해당하는 대장성(大藏省, 현 재무성)의 장관이 되었을 때, 초졸이 도쿄대 법대 엘리트들을 이끌 수 있을까 하는 말들이 많이 나왔다. 그는 부서 관료 모아놓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기탄없이 의견을 말해 달라, 그로 인한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였다. 당연히 조직이 굴러 갔다. 능력이 부족해도 책임지는 사람은 존중 받는다. 


모든 요양보호사들이 효율이 좋을 수는 없다. 혼자서 3사람의 일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또 대체불가능하지도 않다. 요양보호사의 일, 단기 아르바이트 채용해서 시켜도 큰 무리 없이 할 수 일을 것이다. 요양보호사가 존중 받을 방법은 책임을 지는 것 뿐이다. 


의사나, 간호사, 혹은 시설장에 명을 수행했을 뿐이기에 환자를 돕다가 일어나는 사고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분들이 지고 있는 다른 책임을 강조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환자 한분 한분의 생활의 질과 행복은 환자들을 돕는 요양보호사 분들에게 달려 있다. 어떤 마음 가짐, 어떤 태도로 대하느냐에 따라 환자들의 행복이 결정된다. 이건 팩트다. 요양보호사는 환자들의 행복을 책임지는 사람이다. 그것을 반복해서 주입시켜야 했다고 나는 본다. 환자의 행복을 책임 지는 사람으로 본인 스스로를 인식하도록 계속 교육했어야 했다. 사고 책임이 없다는 말을 1번 들었다면, 요양보호사는 환자의 행복을 책임 지는 사람이니 사명감을 가지라는 말을 10번쯤은 들었어야 했지만 한 번도 듣지 못했다.  


타인도 존중하지않고 요양보호사 본인들도 스스로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그 일을 계속할 리 없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자가 100만명을 넘어도 현장에서는 일손이 항상 부족할 것이다. 


일터에서 존중 받기 위해서는 효율이 좋거나 대체불가이거나 책임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효율적일 수 없다. 다른 사람과 비교해 일을 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상대적이다. 누가 효율적이라면 누군가는 비효율적이 된다. 대체불가능한 것도 마찬가지다. 팀에서 엑셀이나 파워포인트 조작 능숙한 사람이 늘어나면 대체불가능성이 희석될 수 있다. 하지만 책임감은 아니다. 모두가 책임감을 가질 수 있다.  “환자의 행복을 책임지는 사람”이라는 생각은 요양보호사 모두가 가질 수 있다. 


의사가 환자의 생명을 책임지는 사람이라면 요양보호사는 환자의 행복을 책임지는 사람이다. 의사가 환자의 생명을 연장시키다면, 요양보호사는 환자의 행복을 증가시킨다. 생명과 행복은 서로의 가치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둘 다 귀한 것이다. 그러니, 이 둘 - 생명과 행복이 늘도록 돕는 의사와 요양보호사는 동급이다. 이런 논리도 가능하지 않을까? 직업의 우위를 가리자는 게 아니라,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기에 모두가 존중 받을 수 있다 라는 의미로서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그 "책임"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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