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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애취애 Jul 12. 2022

MBTI로 롤모델 찾기

4장 행복연습 (4-10)

자기 자신을 알아야 행복할 수 있다라는 전제는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그런데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자기는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잘 모를 때가 있다. 그때는 MBTI와 같은 심리검사를 이용해도 좋다.


처음 MBTI 유형 테스트를 접했을 때, 시큰둥했다. 기존의 수 많은 심리 테스트 중에 하나라고 생각했다. 얼마만큼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두리뭉실한 이야기로 대개 들어 맞도록 설명한 다른 심리 검사와 비슷할꺼라고 생각했다. 


내가 MBTI 검사하고 결과를 받아 그 유형에 대한 설명을 아내와 함께 읽었는데, 아내는 내게 말했다. ”MBTI 유형을 교과서대로 행하며 사는 사람 같다”. 그러니까 이런 MBTI 타입은 이럴 때 이렇게 행동하고 저럴 때 저렇게 행동하는데, 그걸 내가 이미 숙지하고, 삶의 지침처럼 그대로 행하는 사람처럼 느꼈다고 했다. 


나는 그 말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다만, 내 MBTI유형에 관한 설명을 읽었을 때, 너무나도 당연한 소리를 해서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내 행동 패턴이 마치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졸리면 잠을 자는 타입의 사람이에요’라는 소리처럼 들렸다. 나에게는 너무 뻔한 소리여서 기억해야 할 가치가 없는 내용이었다. 유이하게 기억 하는 두 문장은, 16가지 MBTI 타입 중에서 “가장 OO적인 타입”, “가장 XX한 타입”이라는 두 문장 뿐이다. 


이 심리 검사의 유효성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된 것은, 어느 과외 선생 유튜브의 조언으로부터였다. 그 사람의 유튜브의 영상을 잠깐 시청했는데, 과외 선생으로서 천재적인 능력을 가졌다고 볼 수 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어떻게 저렇게 하지?’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타입이었다. 국영수 과목을 알기 쉽게 가르치기 사람이 아니라, 학생의 심리를 너무 잘 이해하고  교묘하게 이용해, 엄청나게 지속적으로 동기를 부여하는 타입이었다. 저 사람이 과외선생이라면 학생은 누구라도 (스스로) 공부를 할 수 밖에 없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도 학생을 이해하는 게 최우선이었는데, 사람마다 기질이 다르기 때문에, 한 가지의 공부법을 모든 이에게 적용시킬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추천한 방법이 MBTI 검사로 자기 MBTI를 확인하고 같은 MBTI인데 성공한 사람의 자서전을 사서 읽으라고 했다. 자서전의 사람이 중요한 순간에 어떻게 결정을 내렸는지, 어떤 방법으로 노력했는지, 어떤 자세로 살았는 지 등을 읽고 그 사람을 롤 모델로 삼아 공부하라고 했다. 나는 조언이 이치에 맞다고 생각했다.


사람은 다 다르다. 저 사람의 성공 방정식을 가지고 와서 본인에게 적용한다고 해서 꼭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 방법은 저 사람의 방정식이기 때문이다. 가족 중에 본인과 가장 닮은 사람의 건강 패턴을 보며 자기 건강을 살펴볼 수 있듯이, 자기와 가장 닮은 모델의 성공 패턴을 보며, 자기 패턴을 찾아갈 수 있다. 


그런데 그 과외 선생 유튜버는 MBTI로 롤모델을 찾는 것에 한 가지 함정이 있다고 했다. 그건 본인이 자기 자신을 정말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MBTI 검사를 할 때, 자기가 되고 싶은 모습이 아니라 현재 자기 모습을 그대로 투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조금 모순적이다. MBTI 검사를 하는 이유는 자기 자신을 알기 위해서다. 그런데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있다면 굳이 MBTI 검사를 할 필요가 없다. 몰라서 하는데, 알아야 할 수 있다고 하면 모순이다.  


내 MBTI 결과를 보고 내 아내가 “교과서처럼 행동한다” 혹은 내가 “너무 당연하다”라고 생각했던 것 - 결과 설명과 내 행동이 너무 일치한 것은, 어쩌면 내 인생의 경험치가 MBTI 질문에 답할 만큼 충분히 쌓였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또 내 스타일이, 나와 내 주위사람들 모두가 인정하듯이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는 타입이라서 그럴 수도 있다.


보통 사람들은 현재의 자기의 모습보다 되고 싶은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며 답한다. 건강에 관련된 연구 논문을 보면 사람들은, 다이어트에 관한 질문을 하면 무의식 중에 미래의 이상적인 자기 모습을 그리며 답을 한다고 한다. “하루에 야채를 몇 번 먹느냐?”고 물으면, 하루 세끼 고기를 먹으면서도, 하루에 한 끼도 고기를 먹지 않고 매끼니 야채만 먹는다고 답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식생활에 대해서 물을 때면, 고기니 야채니 따지지 않고 어제 먹은 게 뭐냐고 과거형으로 묻는다. 어제 먹은 메뉴를 적어 내라고 질문한다. 


MBTI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되고 싶은 모습을 그리며 답을 하기 때문에 자기 자신과는 다른 유형이 나오기 쉽다. 20세, 40세, 60세, 80세 중 MBTI 검사를 했을 때 본인의 모습과 가장 가까운 유형이 나올 나이는 80세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인생에 대한 경험치가 쌓였고, 본인에 대한 이해가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MBTI는 자기 적성, 자기 직업, 자기 스타일을 파악해서 행복한 인생을 설계하기 위해서 한다. 본인에 대한 이해가 높으면 굳이 할 필요가 없다. 본인을 잘 모르니까 하는 게 MBTI다. 이게 문제다.  


그래서 나는 한 가지 더 추가하고 싶다. 우선 MBTI 검사를 해 보는 거다. 자기가 생각하는 대로 체크해서 결과를 받는다. 그리고 자기를 아는 사람들에게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를 묻고 다니는 거다. 어느 블로거는 본인을 브랜드 마케팅 하기 위해서, 자기가 아는 사람 수백명에게 자기 특징이 뭐냐고 물어 보았다고 했다. 자기 가족, 자기 친구, 자기 동료들에게 묻는 거다. “나는 어떤 사람인 거 같어?”, “내 특징이 뭐야?”, “그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나 사례가 있어?”라고 묻는 거다. 그렇게 묻다보면, 자기가 생각한 자기와는 다른 모습도 나올꺼다. 본인은 완벽을 추구하지 않는데, 완벽주의자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고, 완고하다고 생각했는데, 사고가 유연하다라는 말도 들을 수 있다. 그 케이스를 계속 쌓아 정리하는 거다. 그리고 나서, 다시 한 번 MBTI 검사를 해 보는 거다. 이번에는 그 케이스에 기초해서 질문에 답하는 거다. 스스로는 완벽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주위 사람들이 모두 본인을 완벽주의자라고 말하면 완벽주의자라고 답을 하는 거다. 


그러면 두 가지 결과를 받아 볼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내 모습으로 답한 MBTI 결과와 주위 사람들이 말한 내 모습으로 답한 MBTI 결과다. 그후 두 가지 결과에 맞는 유명인 자서전들을 구입해서 읽는 거다. 예를 들어, 자기 모습이 ESTJ이고 다른 사람이 말한 자기 모습이 INFP라면 두 유형의 유명인들이 쓴 자서전, 두 종류를 많이 사서 읽는 거다. 그리고 끌리는 모습이 아니라, 과거의 자기가 한 선택과 가장 유사한 선택을 한 유명인들을 고르는 거다. 또 읽다 보면 본인이 생각하기에 너무 당연한 선택을 한 유명인들도 나올 거다. 그 사람들 유형이 곧 본인 유형인 거다.


자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는데, MBTI와 같은 심리 테스트를 통해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자기를 발견할 수 있다면, 나는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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