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행복연습 (4-11)
좋아 하는 것을 찾지 못할 때는, 싫어 하는 것을 찾아도 좋다. 싫어 하는 것에 대한 기억이 강렬하다.
나는 편식을 한다. 음식을 가린다. 그러니 다양하게 먹지 않는다. 초밥을 처음 먹어본 것도 일본에 유학가서였다. 지인이 식사를 사 주셨는데, 회전 초밥 집이었다. 처음 먹어 보는 거라 무엇을 먹어야 할 지를 몰랐다. 그래서 거기에 있는 모든 메뉴를 다 주문해서 한 번씩 먹어 봤다. 중화요리로 따지면 중국집에 가서 메뉴판에 있는 모든 메뉴를 주문한 경우인데, 한 접시에 두 개 나오는 초밥집에서만 가능했던 일이다.
내가 어떤 초밥을 좋아하는 지를 찾아 가는 과정이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내가 조개 초밥을 그렇게 좋아하는 지를 나중에 알았다. 그 중에 아직도 기억에 남는 메뉴가 있는데, 다시는 먹지 않을 고등어 초밥이었다. 밥 위에 고등어 회가 올려져 있는 메뉴었는데, 접시를 받자 마자 알 수 있었다. 내가 극혐할 메뉴라는 것을, 향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모양 때문이었을까,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억지로 입안으로 쑤셔 넣었는데, 역시나 무지 싫었다. 온 힘을 다해 삼켰다.
먹어 보지도 않았는데, 보자마자 이게 안 맞는지 어떻게 알았을까? 그냥 본능인가 보다. 사람은 좋아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것을 간파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내가 뭘 싫어하는 지는 바로 알 수 있다. 좋아하는 것은 몇 번 해 보고 확인도 해 보며 알아 가는 데, 싫은 것은 바로 안다. 나는 운전이 싫다. 운전 면허 교습장에서 승차하고 알았다. 뭔가를 조정하는데 시야가 좁은 게 두렵고 불안하다. 운전이 싫은 이유다. 그래서 오토바이(스쿠터)를 잘 몬다. 시야가 탁 트이니까, 재미 있게 몰고 다녔다. 바람 맞으며 도로 달리는 기쁨이 있다. 같은 이유에서 차 뚜껑이 열리는 오픈카-컨버터블 자동차는 좋아한다.
제주도에서 스킨스쿠버 다이빙 체험을 한 적이 있다. 배우는 일에 대한 도전이었는데, 바닷속으로 들어가고 알았다. ‘이것도 시야가 무척 좁구나.’ 10m 전방이 잘 보이지 않았던 거 같다. 이런 데서 움직이고 다니는 게 싫었다. 숨 한번 잘못 쉬면 익사할 위험도 느껴 불안했었을 수도 있다.
같은 시기에 패러글라이딩도 체험 했다. 무지 좋았다. 하늘과 바다, 그리고 육지가 너무나도 잘 보여서, 또 날씨가 너무 좋아서, 게다가 하늘을 나는 기분이 너무 좋아서 즐거웠다. 그런데 이것도 비끗하면 100m 상공에서 추락사 하는 거다. 익사나 추락사에 대한 걱정이 내 선호에 영향 주지 않았다. 뻥 뚤린 시야와 잘 안 보이는 시야의 차이였다.
좋은 것이 왜 좋은 지를 바로 알 수도 있지만 싫은 것이 왜 싫은 지는 더 바로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기 적성이 무엇인지,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 지를 잘 모르겠고, 또 찾고 있는 사람이라면,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을 일이 무엇인지, 왜 하기 싫은지, 또 뭘 싫어하는지를 생각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걸 피해, 반대 방향으로만 가면 좋아 하는 쪽으로 가는 걸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