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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애취애 Jul 14. 2022

모두가 행복하다라는 내 논리

5장 내가 특이한가 (5-1)

아내와 투쟁을 시작한 것은 서로의 스타일을 받아들이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서로가 희귀한 케이스라고 주장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내가 긍정적이고 아내가 부정적이라고 했고, 아내는 내가 몽상적이고 본인이 현실적이라고 했다. 서로 그 사실을 인정했다. 그렇지만 서로가 본인이 평범하고 상대방이 특이하다고 주장했다. 이 투쟁에서 내가 이기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내가 평범해 보이지 않을 때가 보인다.


사회복지사 실습 과정 중에 지도교수가 아이스 브레이킹을 위해 각자에게 냈던 질문이 있다. ‘이런 사람하고는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라고 생각되는 유형이 뭐냐는 질문이었다. 본인이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 유형을 묻는 질문 같기도 했다. 참신한 질문이었다. 


이와 비슷한 질문으로 제로투원이라는 스타트업 관련 책에서 본, 직원 채용 면접 질문이 있다. “정말 사실인데 남들이 인정하지 않는 게 무엇이냐”이다. 예를 들어 본인은 “신은 있다”라고 믿는다. 정말 사실인데 다른 사람이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신은 없다”라고 정말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어느 사람이 받아 들이지 못하는 게 무엇인지를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렴풋이 알 수도 있다. 여하튼 내가 받아들일 수 없는 유형을 생각해 보았다. 이외로 쉽게 생각해 낼 수 있었다.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이건 분명 내 무의식중에 있는 나의 와이프, 아내를 타겟으로 한 설정이었다. 그리고 어째서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존재할 수가 없는가에 대한 논리도 만들어 냈다. 


첫째, 모든 사람은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 둘째 본인이 한 말과 행동은 자기 자신의 행복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다. 세째 그렇기에 모두가 행복하다 라는 논리였다.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자기가 망하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다. 모두 자신이 잘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내뱉는 말과 실천하는 행동의 최종 목적은 본인의 행복이며, 주어진 상황과 정보 속에서 최선의 선택을 한다. 그렇기에 다들 현재 행복한 것이다. 


주어진 상황 속에서의 최선의 선택이기에 나중에 되돌아보며, 그때 다른 선택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수 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미래를 알 수 없었기에 한정된 정보 안에서 선택해야 했고, 그 결과가 현재의 자신이다. 그러니 현재의 자신은 자신이 얻을 수 있는 최대한의 행복을 얻는 상태다. 손에 넣을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을 손에 넣었다. 그래서 다 행복하다.   


‘완벽해! 이 논리대로라면 누구도 - 더 정확이 말하면 내 아내도, 더 이상 본인이 행복하지 않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며 나름대로의 논법을 스스로 칭찬했다. 내가 왕자병 환자이지만, 그걸 감안해도 잘 만든 논리였다.  


시간 부족으로 사회복지사 실습 과정 중에 내 답과 논리를 발표하지는 못했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볼 기회는 없었다. 


만약 행복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만난다면, 이 논리로 그 사람들의 주장 -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을 깨뜨릴 계획이었다. “모두들 행복한데, 잠시의 고통과 고난으로 인해 그 사실을 잊은 거라고…, 사람들은 이미 행복을 위한 최선의 선택을 했고 행복을 얻은 상태”라고 말할 준비가 다 되어 있었다.


사회복지 실습에 참가해서, 나와 동기들의 자존감 점수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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