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행복연습 (4-9)
첫번째 직원의 퇴사일에 뭔가 덕담이라도 해 주고 싶었다. 그래서 “운동하라”는 뻔한 말을 준비했다. 내 경험에 기초한 내용이었다.
내 평생처음 주도적으로 세운 목표는, 군대에서 수능을 준비해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2시간 공부했고, 점호후 2시간, 자정까지 공부했다. 주말에도 쉬지 않고 공부했다. 그렇게 하니, 공부가 하기 싫어졌다. 그래서 손을 놓고, 내 목표가 무엇인지,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 무엇인지, 몇 주간 고민하고 있다보면 다시 공부가 하고 싶어졌다. 목표를 향한 의욕이 타올랐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했다. 또 그러다 보면 다시 공부가 하기 싫어졌다.
나는 처음에 내가 변덕이 들끓는 줄 알았다. 목표가 생겼다 사라졌다 하고 하루 아침에 방향을 뒤엎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나타났다 사라지는 목표는 변함이 없었다. 대학 진학이었다. 목표는 변함 없는데 의욕이 강해졌다가 약해졌다가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의지가 희박한 사람인가도 생각했는데, 새벽 4시에 일어나 공부하는 내가, 의지가 약한 사람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우연히 깨달은 이유가 바로 체력이었다.
그때까지 나는 한 번도 뭔가에 도전을 해 본적이 없었다. 그냥 흐르는 대로 살았다. 그래서 자기 관리라는 개념이 없었다. 운동을 하면 좋은 이유도 몰랐다. 운동을 해 본 적이 없어서, 당연히 그런 걸 몰랐다. 체력 관리라는 개념이 내 머리 속에 그때 처음 생겼다.
몇주 공부 열심히 하다가, 1-2주 퍼지고, 다시 몇주 하다가 또 퍼지고, 이래서는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2가지를 했는데, 하나는 일주일 중, 하루는 무조건 쉬는 거였다. 토요일 밤 9시부터 다음날 밤 9시까지는 아무것도 안 했다.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는 말이 아니라, 대학 진학이라는 목표에 관련된 일체의 행동을 하지 않았다. 밥도 먹고 잠도 자고, 영화도 보고, 책도 읽으면서 최대한 빈둥빈둥 거리며 쉬었다. 그 다음 하나는 런닝이었다. 운동을 해 본적이 없어서, 할 줄 아는 운동도 없었고, 무슨 운동을 해야 할 지도 몰랐다. 그래서 가장 단순한 뛰는 것을 선택했다. 부대 연병장 혹은 산책로를 뛰어 다녔다. 일주일에 3번 이상, 저녁밥 먹고 청소 전에 뛰었다. 해본 적이 없어서 어떤 효과가 있을 지 상상이 되지는 않았지만, 아무것도 안 했다가는 아무 일도 될 것 같지가 않아서 큰 맘 먹고 시작했다.
효과가 확연히 나타났다고 표현할 수는 없는데, 예전처럼 변덕이 들끓는 일은 없어졌다. 퍼지는 일도 없어졌다. 군대 제대 6개월전이며 수능시험 6개월전, 마지막 6개월간은 꽤 안정적으로 6일 공부하고 1일 쉬는 루틴이 이루어졌다. 런닝도, 잘도 뛰어다니기도 했다.
이 이야기를 직원에서 해 주고 싶었다. 이제 개발자가 되기 위해서 하루 8시간, 어쩌면 15시간 이상 몰입할 수도 있는데, 갑자기 하기 싫어졌을 때 목표가 바뀐 것이 아니라, 체력 문제일 수도 있으니, 자기를 점검해 보라고 말하고 싶었다.
구별하는 법도 쉽다. 만사가 다 귀찮어지면, 그건 체력이 떨어진거다. 개발일만 하기 싫어지면 그건 개발 일에 흥미가 떨어진거다. 아침 기상 시간 체크도 유효하다. 체력이 떨어지면, 조금씩 늦어진다. 아침에 늦잠 자고 모든 일에 의욕이 없어지면 체력 문제이니, 운동하라고 조언하고 싶었다.
그런데 퇴사일에 직원으로부터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보니, 다 계획이 있었다. 어떤 운동을 할 지, 어떤 음악을 할 지에 대한 계획이 있었다. 굳이 내가 주저리주저리 이야기 해 주지 않아도 본인이 자기 길을 찾아 갈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운동하고 스트레스 관리 열심히 하라고만 말해 주었다.
꿈을 향해 달리거나, 목표를 향해 오르다보면, 더 이상 가기 싫어질 때가 있다. 그러면 자기 자신에게 실망할 수도 있다. 내 의지가 이것 밖에 되지 않나, 나는 이 정도 밖에 하지 못하는 사람인가 하는 실망이다. 게다가 멈추어 다른 일 하다가 다시 의욕이 불타면, 본인이 변죽이 들끓는 사람처럼 여겨진다. ‘왜 나는 이랬다 저랬다 하나!’실망이 더 커질 수 있다. 그런데 내 경험에 의하면, 그거 99%가 체력 문제다. 체력이 떨어져서 그런 거다.
그때는 목표를 포기하는 게 아니라, 체력을 점검하고 체력을 유지하기 위한 궁리를 해야 한다. 체력을 유지하기 위한 자기만의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대학원생이었을 때, 여름에는 나는 밥을 일부터 1.5배 먹었다. 어떻게든 체력을 유지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경험자들은 체력 유지를 위한 자기만의 노하우가 있다. 내 주위에 있는 연구자들의 공통점을 찾아 보았는데, 두 가지였다. 패션에 무신경했고 다들 어떤 운동이든지 한 가지를 하고 있었다는 거다. 그게 산책이었어도 꾸준히 하고 있었다.
자기 인생 꿈, 목표에 대해 변덕에 있을 거라 생각치 않는다. 꿈이나 목표는 하루 아침에 뒤바뀌지 않는다. 체력이 뒷받쳐 주지 않기 때문에 옮기는 발걸음이 무거워지는 것 뿐이다. 운동 - 체력관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