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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애취애 Jul 19. 2022

사람은 선택하고 이유를 만든다

5장 내가 특이한가 (5-3)

나는 사람이 무척 이성적이라고 생각했다. “생각했다.” 과거형이다. 지금은 아니다. 창업의 세계에 들어오면서 사람들이 감성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좋고 싫은 감정이 먼저고 그 다음에 논리를 찾는다. 


물건을 보았을 때, 첫인상이 좋아야 한다. 우선 마음을 땡기고 가격과 스펙, 품질 등으로 그 마음을 열어 구매를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배웠는데, 아직 그런 아이템을 만들 지는 못했다. 


그런데 상품 구매 뿐만 아니라, 직업 선택에 있어서도 사람들은 “감성”적이다. 아는 분 중에 개발자가 있다. 그 사람은 20대 초반에 사업하다가 개발공부를 시작해 내가 만날 당시까지는 훌륭한 개발자로 일하고 있었다. 회사에서 인정받고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다. 


사업을 해 보았던 사람이라 마인드도 달랐고 튜터와 튜티로 만난 관계였기에, 개발에 대해 상담을 받았다. 그 와중에 그 사람의 고민도 듣게 되었다.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인 창업을 생각하고 있었다. 회사 뛰쳐나가 창업에 도전에 실패해도, 자신이 맞이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다시 회사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했다. 능력 있는 개발자였기에 회사 취직은 문제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현재 자기가 생각하고 있는 최악의 상황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정리하면, “창업 실패해도 회사로 돌아와서 일하면 된다. 그게 창업 실패가 야기하는 최악의 상황이다. 그러니 현재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자신은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다.”라는 논리였다. 이게 무슨 해괴한 논리인가! 들으며 상대방의 논리력을 의심했다. 하지만 그 마음은 알았다. 결론은 “창업하고 싶다”다. 그 사람은 창업에 뛰어 들기 위해 주위를 설득하고 자신을 납득시킬 논리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이미 방향은 결정된 거다. 그것을 뒤받침할 이유가 필요해서 그걸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채용 계약 기간 종료가 다가오면서, 다른 곳으로 이직하기 위해 지원서를 냈다. 하지만 내 마음 속에는 ‘채용되면 어떻게하지!’라는 근심이 끊임없이 들었다. ‘채용돼도 좋은데, 떨어지는게 더 좋을 것 같아’라는 마음으로 지원서를 내고 있었다. 지원서를 쓰고 우편으로 보내는데, 시간과 돈을 낭비하고 있었는데, 주위 사람들에게 내세울 이유를 만들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 이직을 위해서 노력(?)을 해 봤는데 잘 안 됐으니, 내가 나를 고용해서라도 경제활동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창업 명분이 필요했다. 


내가 유아독존하며 살 수도 있지만, 가족(=아내)의 째려 보는 눈빛을 피할 방패를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꼭 창업 세계만이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 특정 과일이 좋은 이유 없다. 좋고 싫음에 이유는 없다. 선택한 후에 이유를 찾을 뿐이다.  


심리학에서 다층적 내면 탐구 등, 어려운 말로 사람들의 행동 패턴을 끄집어 낼 수 있는 있지만, 전문가의 영역인 거고, 사람들의 선택은 이외로 단순하다. 좋은 건 그냥 좋은 거다. 싫은 건 그냥 싫은 거다.  


직업 선택의 이유, 행복한 삶의 이유를 찾으려고도 했는데, 우선 좋아하는 게 뭔지, 싫어하는 게 뭔지를 찾고 그냥 좋은 거를 하는게 최선인 것 같다. 그게 행복으로 향하는 최단 루트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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