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잡이란 본업 이외의 부업, 그것도 하나의 부업이 아닌, 2개, 3개 등 N개의 부업을 의미하다. 본업 외에 한개의 부업을 가진 사람은 투잡러, 본업과 2개의 부업을 가지면 쓰리잡러가 된다. N개의 업을 가졌으니 N잡러가 된다.
한국에는 N잡러가 많아 보인다. 관련 통계를 접한 적은 없지만, N잡의 기반이 되는 디지털 노마드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고 일하는 사람들, 예를 들어 프리랜서, 작가, 1인 개발자 등)에 관한 글을 읽은 적은 있다. 전 세계에 있는 여성 디지털 노마드들이 쓰는 언어 중에, 한국어 점유율은 6위라고 한다. 1위는 당연히 영어, 2위 혹은 3위가 네덜란드어 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인구비율 등을 생각하면, 어마어머한 순위이다.
한국에는 여성 디지털 노마드가 매우 많다. 물론 다시 말하지만 세어 본 적은 없다. 한국에 여성 디지털 노마드가 많은 이유는 경력 단절에 대응하기 하나의 솔루션이기 때문이다.
출산으로 퇴직한 후, 다시 복귀가 어려울 수 있다. 또 육아와 직장 생활을 병립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때 하나의 선택지가 디지털 노마드다. 디지털 노마드는 장소와 시간에 구애 받지 않으니, 아이를 키우면서 할 수 있다. 그리고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경력과 관계 있는 일을 한다. 외부 일감을 프리랜서 형태로 받아 하고, 노하우를 가르쳐 주는 수업을 열기도 한다. 최근에 코칭이 많아진 것처럼 느껴지는데, 이 코칭도 주로 온라인으로 이루어진다면 디지털 노마드의 한 형태가 된다.
디지털 노마드 패턴을 그대로 끌어오면 N잡러가 된다. 본업 말고 따로 시간을 내서 부업을 해야 하는데, 그 부업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으며, 장소에서도 자유로워야 한다. 딱 디지털 노마드다. N잡은 새벽이나 저녁 시간(혹은 주말)에 할 수 있으며, 자기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 적합하다. 그래서 디지털 노마드와 N잡러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디지털 노마드와 N잡러와는 공통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는데, 내 관점에서 N잡의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시간에도 자유롭다. 본업을 해야 하는 시간과 겹치는 일은 할 수 없다.
둘째, 힘들고 고되면 안 된다. 노동의 강도가 본업보다 강하면 부업을 하는 의미가 없다. 그냥 본업에 충실해 연장 근무를 하고 수당을 받는 편이 낫다.
세째, 시작하기가 쉬워야 한다. N잡을 하기 위해 자격증이 필요하고, 그 자격증 따기 위해 1년 이상 공부해야 한다면, 의미가 없다. 부업을 위해 그렇게나 시간을 쓸 수 없다. 자본금도 마찬가지다. 코인빨래방(무인 시스템) 으로 하려면 최소 1억원은 있어야 한다. 코인 빨래방 본사에 내가 한 번 문의해 보았는데, 9평에 8천만원 든다고 했다. 그 돈 있으면 아예 전업으로 하든지 딴 곳에 투자를 해도 된다.
네째, 바로 돈이 되어야 한다. 주택이나 상가를 매수 혹은 전세로 얻어 월세를 받는다면, 그것은 N잡이다. 그런데 부동산을 구매해서 그 가치가 오른 다음에 팔기를 원한다면 그것은 N잡이 아니라 투자다. 몇 년 후 혹은 10년 후를 바라보는 일이다. N잡러들은 당장 돈이 되는 일을 원한다.
N잡러들은 무의식적 중에서도 이러한 조건들 안에서 잡(job)을 찾는다. N잡으로 블로거, 인스타 인플러언서, 유튜버, 전자책 작가, 부동산 경매(월세 수입목표), 에어비앤비, 쉐어하우스, 구매대행, 물품 대여업 등등이 떠오른다. 모두, 위에서 내가 언급한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
또 하나의 특징으로 언급하고 싶은 점은 전업을 피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보통 사업(부업)이 잘되면, 퇴사를 하고 본격적으로 사업한다. 이렇게 하시는 분들도 많다. 그런데 디지털 노마드를 하는 이유가 육아를 하면서 추가 수입을 획득하기 위함이라면, 돈이 잘 벌리니, 육아를 포기하고 사업체를 세우고 직원을 고용해서 본격적으로 하려고 할까? 그것보다는 계속 육아를 하면서 사업을 꾸려 나가는 방법을 찾는다. 그래서 압축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부업으로 하루에 3시간 일해 한달 200만원을 번다면, 더 많은 수입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하기 보다는, 투입하는 시간을 줄이려고 시도한다. 1시간 30분만 일하면서 200만원을 벌수 있는 궁리를 한다. 아니면 또 다른 수익 파이프 라인을 개척한다. 조금만 수고해도 돈이 나오는 다른 채널을 찾는다. 그래서 정말 N잡러가 된다.
뉴리치(new rich)는 시간에 구속 받기 보다는 소득이 줄어도 자기만의 시간을 확보한다. 자기 행복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N잡러가 그렇다. 뭔가 사업의 본질을 알고 행동하는 것 같고, 자기 행복을 위해 일부 소득을 포기하는 모습도 쿨(cool)해 보인다. 이러한 N잡러의 행태가 너무나도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