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한 시스템이다. 수도, 전기와 공공시설 뿐만 아니라, 국방, 치안과 같은 안전과 질서에 관련된 서비스도 인프라에 속한다. 당연히 사회복지도 인프라라고 말할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사회복지는 양질의 일자리다. 또, 사회의 밑바닥에서 시작해도 중산층 이상으로 오를 수 있는 계층 사다리다.
작가 시오노 나나미의 “바다도시 이야기”를 보면, 중세 베네치아 공화국의 계층사다리를 엿볼 수 있다. 베네치아는 중세 이탈리아의 도시 국가로, 무역으로 먹고 사는 나라다. 무역선으로 동방과 서방을 잇는 지중해 무역을 했다.
무역선은 출항 전에 석궁수를 모집한다. 육군의 보병이고, 해군의 갑판병이다. 항해시에는 선원이며, 해적이나 적함과 조우하면 석궁을 들고 싸우는 병사다. 특별한 기술은 필요없는 것 같다. 그냥 건장하면 채용된다. 배 안에서 생활하니 숙식이 해결되고 급여도 나온다. 그리고 일정 한도내에서 자기 짐을 실을 수 있다. 이게 핵심이다. “자기 짐을 실을 수 있다.”
자기 짐에 상품을 실어 무역을 할 수 있다. 베네치아 특산품을 사들고 무역선을 타, 동방에 가서 팔고, 동방의 비단를 사 가지고 돌아와 팔 수 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사고 팔면서 물건 보는 안목이 늘어나고, 어느 상인에게 사서 누구에게 팔아야 하는지도 알며 유통 채널도 확보한다. 조금씩 해 나가면서 점점 거래 금액이 늘고 나중에는 본격적으로 무역업에 뛰어든다. 실제로 베네치아 역사 인물 중에서는 석궁수로 시작해서 어느 지역의 군주가 된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이것이 계층 사다리인 점은, 석궁수로 시작하는 사람은 무역업에 대한 사전 지식에 필요하지 않으며, 큰 자본이 필요하지도 않다는 점이다. 배에서 숙식을 해결하니, 지출이 적고 급여도 나오니 종자돈도 모을 수 있다.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맨손의 청년이라도, 해 보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자리 잡고 성공할 수 있다.
내 생각에 N잡은 사회적 기능을 한다. 가진 것이 별로 없는 사람들이 뛰어들어 성공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기도 한다. 사업을 하기 전에 내가 해 본 직업은 딱 하나였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고 할 수 없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사람을 만날 기회는 더욱 없었다.
그런데 N잡을 배우면서, 그런 사람들을 여럿 본다. 돈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위탁 판매를 하신 분, 자기 수중에 200만원 밖에 없었는데 그것을 가지고 해외구매대행을 시작하신 분, 동업하던 식당 접고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뛰어드신 분 등, 절박한 심정으로 스타트하신 분들을 적지 않게 본다.
이전 글에서 나는 N잡의 특징으로 시작하기 쉬운 점을 들었다. 특별한 지식이 필요하지 않으며 큰 자본금이 없어도 가능한 것이 N업이다. 이 N잡이 계층사다리(쉽게 말하서 N잡으로 부자)가 될 수 있는 이유는 안목 증진 효과 혹은 복리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N잡은 그냥 부업이다. 본업 말고 다른 부업 하나 하고 있으면 N잡러다. 넓은 의미로 그렇다. 그런데 내가 말하는 N잡은 좁은 의미의 N잡이다. 경험을 쌓고 노하우를 익히면 수익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부업만을 N잡으로 본다.
퇴근 후에 배달일을 할 수 있다. 또 카페에서 서빙을 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일을 10년 이상 한다고 해서 시간당 수입이 10배 이상으로 오르지는 않는다. 여전히 최저시급이다. 배달 경력이 쌓인다고 해서 남들이 1시간 걸리는 거리를 10분 안에 배달할 수는 없다. 또, 1시간에 1건 처리할 배달을 10건-20건 처리할 수도 없다. 초입이나 경력자, 모두 거기서 거기다. 서빙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일을 하면서 쌓는 노하우로 수입을 크게 늘릴 수 없는 구조다.
구매대행은 구매대행으로 시작하지만, 구매대행에서 멈추지 않는다. 안정적인 수입이 생기면 그 위 단계로 간다. 수동 등록, 병행 수입, 직접 제조 등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있다. 구매대행은 팔리는 물건이 뭔지를 모르니 일단 다 상품 등록 하고 본다. 그리고 거기서 한 두개 팔리는 것들이 나온다. 어느 카테고리에서 같은 물건이 여러 개 팔리는 것을 보며, ‘아 이게 팔리는 물건이구나’를 알고, 또 어떻게 상품명을 등록하고 상세페이지를 만들어야 사람들이 들여다 보는 지도 배운다. 그러면 다음 번에는 팔리는 물건으로 상품 등록하면서 매출을 증대시킨다. 물건을 보는 안목이 커진다. 그 안목과 노하우로 특정 상품을 선택해서 대량으로 수입해서 팔 수 있고, 팔리는 물건과 비슷한 물건을 자체 제작해서 자기 브랜드를 런칭할 수도 있다. 경험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베스트 셀러(seller, 판매자)로 성장할 수 있다. 베네치아의 석궁수와 같은 테크트리를 탈 수 있다.
부동산 임대, 공간 대여에는 복리효과가 있다. 공유 숙박 플랫폼을 통해 수익을 얻기 위해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50만의 룸을 얻어 매출 100만원을 올리면 50만원이 이익이다. 10개월을 모으면, 숙소를 하나 더 만들 수 있다. 그러면, 매월 매출 200만원에 순이익 100만원이 된다. 다시 5개월 후면, 150만원의 이익이 나오고, 3.1개월 후면 4개 숙소에서 200만원이 나온다. 다시 2.5개월 후면 월 250만원 이익, 다시 2개월 후면 3백만원 이익으로 늘어난다. 매단위 50만원의 추가 이익을 달성하는 기간은 10개월, 5개월, 3.1개월 2.5개월, 2개월씩 계속 줄어든다. 이자에 이자가 붙듯이 기하급수로 늘어나는 성질이 있다.
이러니 좁은 의미의 N잡을 하면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N잡을 하는 데 깊은 지식이 필요하지 않으며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꾸준히 하면 적정 수준의 수입이 보장이 되고, 더 큰 수입을 올을 수 있는 기회도 얻는다. 바닥에서 일어나 위로 오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