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 무역선 석궁수들은 선원으로 일하면서 급여 받고, 무역을 통해 자본금을 늘린다. 경험이 쌓이면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든다. 계층 사다리를 통해 위로 올라 갈 수 있다. 여기서 석궁수를 그만 둔다는 점도 중요하다.
무역업에 종사하기 위해 이제 석궁수는 그만한다. 자리가 비기 때문에, 무역선은 또 다시 석궁수들을 모집한다. 그러면 현대적으로 표현해서 고등학교나 대학을 갓 졸업한 청년들이 석궁수로 들어가 일을 배운다. 선순환적인 요소가 보인다. 초보가 성장해서 자리를 비워주면, 새로운 초보가 들어와 메꾸고 다시 이들이 성장해서 나가고 또 초보가 들어온다.
처음 자리를 차지한 사람이 계속 그 자리에 머무르면 기득권이 생기고, 다음 사람들에게는 기회가 돌아가지 않는다. 선원(석궁수)이 적성에 맞아서 선장이 되는 사람도 있겠지만, 많은 이들이 선원 생활을 통해 얻어진 경험(무역)과 노하우로 다른 일들을 시작해, 석궁수 자리에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피가 수혈된다.
해외구매대행 수업을 듣고 관련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흥미워로웠던 점은 새로 들어오는 왕초보 셀러에게도 여전히 기회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해외구매대행은 꾸준히 상품 등록을 해서 수익을 만드는 데 어느 지점에 가면, 상품등록은 최소화하고 병행 수입이나 자체 브랜드로의 진화를 시도한다. 상품등록 수량을 줄이기 때문에, 새로 진입하는 초보들에게 기회가 생긴다.
렌탈스튜디오나 파티룸과 같은 공간 대여업은 사람들이 웬만하면 건물주를 지향하기에 초보들이 받을 수 있는 매물이 나온다. 보증금 500만원 월세 50만원의 매물로 시작해서 수익을 창출하고 그 수익으로 다시 그 정도의 사이즈를 끊임없이 확보하면 복리효과로 부자가 될 수 있다. 100개를 확보하면 월세가 5천만원이나 된다.
그런데 관리해야 할 공간이 100개나 된다. 혼자서 관리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며, 터져나올 이슈가 끊임없이 사업자를 괴롭힌다. 예를 들어, 임차해 들어간 건물에 화재가 발생할 확률이 매년 100분의 1이라고 한다면, 공간이 하나일 때는 100년에 한 번 화재 이슈가 생기지만, 공간이 100개면 매년 어디선가에서 화재 발생했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 그러니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작은 공간 100개를 큰 건물 하나로 바꾸고 싶어한다.
큰 건물 하나로 바꾸는데 성공한다는 것은, 작은 매물 100개가 시장에 나온다는 의미다. 그것을 왕초보가 받아서 하고, 성장하면 다시 작은 물건은 시장에 내 놓고 큰 물건으로 간다. 신참들이 활약할 수 있는 자리들이 항상 난다.
내 느낌에 N잡은 항상 기회의 땅이다. 그리고 포털(문)이다. 누구나 들어갈 수 있고 지나쳐 갈 수 있는 문이다. 어느 지점에 가면 새로운 세계로 갈 수 있는 갈림길들이 보이고, 마음대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