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은 왜 부귀의 꽃이 되었을까
모란을 바라보고 있으면 늘 같은 질문이 떠오른다.
왜 하필 모란일까.
꽃은 많다.
연꽃도 있고, 매화도 있고, 국화도 있다.
그런데 옛 그림 속에서
“부귀”라는 말을 가장 자주 끌어안고 있는 꽃은 늘 모란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화려해서 그런 줄 알았다.
모란은 크다.
꽃잎이 겹겹이 쌓이고, 둥글게 부풀어 오른다.
한 송이만 피어 있어도 화면이 가득 찬다.
하지만 오래 보다 보니
단순히 화려해서만은 아닌 것 같았다.
모란은 이상하게 묵직한 꽃이다.
꽃잎이 많아서인지
피어 있는 모습이 가볍지 않다.
풍성하고, 단단하다.
그래서 옛사람들도 그 꽃을 보며
자연스럽게 “부귀”라는 말을 붙였던 것 같다.
북송의 성리학자 주돈이(周敦頤)는
「애련설(愛蓮說)」에서 이렇게 말했다.
“모란은 꽃 가운데 부귀한 것이다.”
(牡丹 花之富貴者也)
연꽃을 군자의 꽃이라 말하면서도
모란을 굳이 부귀의 꽃이라 부른 이유는
아마 그 풍성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모란은
대개 괴석 위에 놓인다.
이 그림에서도 그렇다.
단단한 괴석 위에서
모란 가지가 천천히 위로 뻗어 올라가고
그 끝에서 붉은 꽃과 흰 꽃이 차례로 피어난다.
괴석은 오랜 시간을 버틴 돌이다.
바람을 맞고
비를 맞고
시간을 견디며 형태를 남긴 돌.
그래서 괴석 위에 모란이 올라가는 장면은
단순한 꽃 그림이 아니라
시간 위에 피어난 풍요의 장면이 된다.
나는 이 그림을 그릴 때
꽃보다 먼저 돌을 생각했다.
오래 버틴 것 위에서
비로소 피어나는 풍요.
괴석 위에 모란이 놓이는 순간
부귀라는 말은 단순한 화려함이 아니라
시간을 견딘 뒤에 나타나는 풍요가 된다.
그래서 모란은
부귀의 꽃이 되었을 것이다.
풍성해서가 아니라
그 풍요가 오래 머물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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