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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체 Jan 23. 2023

잘 기신디여?

 새벽 네시 집을 나오니 열 시경 남녘 고향 엄마 산소에 닿았어요. 작은 언덕 선영에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엄마 계신 볕 바른 따뜻한 언덕에 무슨 일 있냐는 듯 햇빛과 바람과 놀랍도록 파란 겨울하늘은 말없이 다정도 해요. 산소도 돌보시고 벌초도 해주시는 아재네 들러 인사를 합니다. 아재는 순천 병원에 가시고 아짐만 동그마니 맞아주시네요.  뭣하러 사 왔냐고 내려놓은 과일상자 밀어놓으시고 한사코 들어와 쉬었다 가라시는데 꾸벅 인사를 해요. 여름 지나 추석 전에 들르겠다며 돌아보고 들어가시라고 꾸벅 인사를 해요. 잘 가라고 뭉툭하고 단단한 손 흔드시다 문득  말하시네요.

  "엄마는 잘 기신디여?"

 돌아서서 환히 웃으며 잘 계신다 답하고, 그럼 됐다고, 조심해서 올라가라고 손을 흔드시는 데 온통 하늘빛 가득해요. 잘 계신다는 엄마는 아니 보이고 남은 새끼들은 다들 그렇게 잘 지낸다고, 걱정 마시라고, 엄마도 부디 잘 지내라고, 그러하기를 기도하고 있다고, 서두를 것 없이 곧 다들 만나자고 말하고 돌아서서 와요. 부디 잘 지내리라 말하고 다짐하는 발길이 가볍고 사뿐거렸으면 요. 파란 하늘 눈부시게 가까워 손을 들었다 놓았다 흔들고 서 있어요. 시리고 파란 저 하늘 속 어딘가로 새 날아가요. 안녕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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