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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체 Sep 23. 2022

경탄驚歎 : 환호성 절로 나오는 옛사랑 부르는 풀

 - 이질풀 벌개미취 느아멘도 쩨이멘도

경탄驚歎 : 환호성 절로 나오는 옛사랑 부르는 풀

 - 이질풀 벌개미취 느아멘도 쩨이멘도



정선 고한읍 일박이일 작은 소풍

교회 친한 부부 네 쌍이 떴다

점심 먹는 막국숫집 건너편 찻길 아래 

벌개미취 떼로 폈다 노랑 연보라 꽃들 꽃들

가끔 하얀 구절초 벤치 곁에 구색을 맞추고


줄줄이 앉아 꽃에게 인사한다 첫사랑 만난 듯

반가와요 어찌 지내셨나요

해는 잘 들고 볕도 좋나요

아프다던 관절은 나아졌나요

벌개미취 밭이다. 곱고 포근한 고향같은 우리 벌개미취밭

고한은 높고 추운 고한高寒 아니고

그냥 두 마을 이름 붙어 고한古汗이라네

'내 아버지는 마지막 광부였다'는 문장이

담벼락에 곧장 붙어있다, 무심하게 애잔한 채


고깃집은 일손 없어 늙은 어머니 홀로 바쁘시다

"다들 카지노에서 일하고 여긴 손이 없어유"

"도박하다 망쪼든 아낙들이 가끔 일해유"

연탄 때는 화로에 아득한 가스 냄새 풀썩인다

만항재 정상에는 높이만 자랑으로 서 있다

만항재에 갔다 거대한 날개 보며 걷는다

차로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도로 1,330미터  

함백산 풍력발전소 날개 찬란한 바람의 세력

야생화 공원 곤드레나물 고려엉겅퀴  눈개승마

이름도 낯선 야생화 보고 여유롭게 둘러보다


눈에 폴짝 안긴 저 놀라운 자태 저 아득한 모양

펜타곤이 떴다 예쁜 오각형 불가사리 별

돌아보니 만항재 도처에 넘치는 이 놀라운 꽃


꽃의 이름은 '이질풀' 낯설어라 '이질풀'

고상하게 뻐기는 '화'도 '초'도 아닌

그저 산꼭대기 뒤란을 지키는 작은  

오래된 친구 달나라 친구 같은 '이질풀'

만항재 오시거든 저를 꼭 찾으소서 별을 품으리다

십 년도 지난 오래 전의 추억 에베레스트 트레

남체 딩보체 가던 길 숱하게 만난 히말라야 꽃들

해발 사천 오천의 고산에 피었 낯선 꽃들

이질풀 보고 갑자기 떠오는 히말라야 야생화들

길마다 찍고 가이드 앙카일라Angkaila한테

머무는 숙소마다 묻고 그리고 메모하던 꽃들


'멘도'는 꽃 네팔리어 멘도는 우리말로

쩨이멘도 느아멘도 톡시멘도  꺼루멘도

빽빽이 노트하던 손끝마저 생각난다

롯지의 깊어가는 초저녁 진한 커피 잔 빗소리

머리 맞대 묻고 그리던 꽃들 손들 마음들

우리는 그렇게 자라고 익고 추억하고 머물렀다

쩨이멘도, 춤추는 나비들이 폭 안겨있는 듯하다
느아멘도, 높고 당당하던 그대는 지금 어디로 갔나요

블로그 들어가 오래 바라보다 그립다

네팔 그곳에 다시 바람 부는 그곳에

룽다 펄럭이던 남체 바자르 컁주마 벼랑

페리체 빙하 강물 야크 똥 화톳불 그립다 한다


지나간 것들은 모두 아름답고

오래된 일들은 곱고 아스라한데

낡은 가을 오래된 머리카락 만지다

그리워할 것들 있다 하고 그렇다 하고

오늘도 그저 살아 고맙고 대견타 한다


좋으이 살았다

그리운  것들은 차마 멀리 있다, 언제나

여행일지 여백에 빼곡히 그리고 적었던 꽃과 시간들이 고스란히 추억에 담겼다. 함께 했던 '네팔리' 친구들의 이름도, 손수 써주던 이름의 네팔 글자도 정겹고 아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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