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불러 주세요
이제는 이름도 가물가물한 시절을
추억하노니
어릴 적 우리 동네는
다들 이름을 불렀다
아침저녁
마소를 몰고 들판과 오름을 오르내리던
말테우리라 하던 목동, 양운이 삼춘
삼신 할망
서낭당 앞에 머리 풀고 칼춤 추던
심방이라 했던 무당, 곽곽이 삼춘
돌담부터
구들장까지 못 다듬는 돌이 없던
돌챙이라던 석수, 홍윤이 삼춘
예배당 종소리에
성경책 끼고 한복 입고 종종걸음 하던
집사라 했던 예수쟁이, 갑생이 삼춘
맨 정신엔 얌전하다
술만 먹으면 개 같던
광질다리 술주정꾼, 이름 까먹은 삼춘도
무슨 일을 하든
다들 이름이 있었다
지금은 그 다정하던 삼춘들 이름이 가물가물하다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동네 사람들은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경비 아저씨
마트 아줌마
택배 총각
명찰은 가슴에 달고 있어도
무슨 일하는지만 궁금한지
이름을 묻지 않는다
나 묻노라
삼춘 어디 감수꽈 인사하고
이름 불러 줄
까까머리 아이들이 노는 그런 동네는
추억 속에만 남았는가
*제주에선 누구나 ‘삼춘’(삼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