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rince ko Mar 25. 2017

삼춘 어디 감수꽈

이름을 불러 주세요

이제는 이름도 가물가물한 시절을

추억하노니


어릴 적 우리 동네는

다들 이름을 불렀다


아침저녁

마소를 몰고 들판과 오름을 오르내리던

말테우리라 하던 목동, 양운이 삼춘


삼신 할망

서낭당 앞에 머리 풀고 칼춤 추던

심방이라 했던 무당, 곽곽이 삼춘


돌담부터

구들장까지 못 다듬는 돌이 없던

돌챙이라던 석수, 홍윤이 삼춘


예배당 종소리에 

성경책 끼고 한복 입고 종종걸음 하던

집사라 했던 예수쟁이, 갑생이 삼춘


맨 정신엔 얌전하다

술만 먹으면 개 같던

광질다리 술주정꾼, 이름 까먹은 삼춘도


무슨 일을 하든

다들 이름이 있었다


지금은 그 다정하던 삼춘들 이름이 가물가물하다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동네 사람들은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경비 아저씨

마트 아줌마

택배 총각


명찰은 가슴에 달고 있어도

무슨 일하는지만 궁금한지

이름을 묻지 않는다


나 묻노라


삼춘 어디 감수꽈 인사하고

이름 불러 줄

까까머리 아이들이 노는 그런 동네는

추억 속에만 남았는가


*제주에선 누구나 ‘삼춘’(삼촌)이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회상-단독주택 골목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