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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ince ko Mar 25. 2017

떫던 시절을 지나 달달해지기까지

세월이 익힌 맛

떫던 시절을 지나 달달해지기까지


여름 태풍에 앞서

하얀 감꽃이 명을 다하며 

땡감을 안겼다


굵은 먹보말보다 조금 더 자랐을 때

절구통에 담긴 땡감은

허연 액체를 토해 내며

까끌한 갈중이를 물들였다


그해 여름 방학

속 드러낸 감은 쪼락졌고(떫었고)

짓이겨진 땡감을 헤집고

할머니가 집어주신 

하얀 감씨는 쫄깃했다


갈바람에 감낭(감나무)은 삭았고

여름내내 쪼락졌던 땡감은 익어갔다


갈옷 앞주름으로 쓱쓱 문지르고

할머니가 내주신 때깔 고왔던 감을 내줬던

감낭은 생을 다한 지 오래다


한 입에 베어물기엔 너무 아까웠던

그런 감은 이젠 없고

쫄깃했던 감씨 맛을 기억하는 이마저 있는지 모르겠다


그 감낭 아래 놀던 달달했던 시절이 그리운 건 

까끌한 갈옷이 몸에 소락허게 다가오게

익은 세월 덕이려니


세월은 쪼락진 것도 익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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