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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ince ko Mar 25. 2017

고향 앞바당

올레길 성산 앞바다


일출봉 앞

성산 바당은 주름진 얼굴을 편 적이 없다


  

숨비소리가 늘어지고
손등 주름진 골이 
손바닥 굵은 못보다 깊어지고
큰눈 자국에 패였던 이마 자국이 주름으로 자리할수록
앞바당 주름은 굵어졌다


태풍이 오가고
바당 우는 소리에
바당만 바라보던 우리 어멍은
물질 가야 하는데
절절 애만 끓는다고
파도 소리를 절 우는 소리라 했다
절 우는 소리가 커질수록 살림은 주름이 졌고
끝이 뭉툭하게 녹슨 비창은 
세월에 골병 들었다고 하소연했다


갱이통에 아이들 맡겨놓고
바릇 잡으러 가던 좀녀는
세월 따라 온 몸에 바당 주름을 새겼고
이제는
물 얕은 할망 바당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구쟁기에 오분작이 넘치고, 뭉게가 꼬물거리던 태왁은 이제 없다
먹보말도 귀해 버린 축항 너머 앞바당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실눈 뜨고 너울을 본다


성산 앞바당은 주름진 얼굴을 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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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비소리:해녀들이 물질할 때 내는 숨소리
*큰눈=물안경, 절=파도, 바릇=해산물, 좀녀=해녀, 구쟁기=소라, 뭉게=문어
*태왁: 박이나 스티로폼으로 만들어 해산물을 담고 쉴 수 있는 잠수 도구.
*갱이통: 갱이=게, 썰물에 드러났을 때 바닷물이 고여 게, 성게와 같은 해산물을 채취할 수 있는 곳
*할망 바당=나이든 해녀가 물질하는 얕은 바다
*비창=성게, 전복 등을 캘 때 쓰는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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