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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ince ko Mar 25. 2017

사선(死線)에 선 청춘

꿈을 잃은 청춘에게

사선(死線)에 선 청춘


총 맞고 스러졌던 풀잎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끝 잘린 몸을 털고 일어서자

빨간 명찰 신병은

군홧발에 밟혀 필터마저 반쯤 털린 꽁초를

바삐 주워들었다


속 깊은 한모금에

연기를 타고 온 적막은

신병에게 위로가 될 수 없었다


귀를 먹먹하게 한 총성과 함께

필터는 타르와 니코틴을 거르지 못했고

빵빵 터지며

표적 벗어난 총알이

내지르는 흉악한 소리 역시 여전했다

신병은

군복 소매로 까칠한 입술을 닦고

허옇게 묻어난 소금기에 입맛만 다셨다


알아듣지 못할 어떤 노래가

스피커를 타고 흐르는 패스트푸드점

빨간 명찰 아르바이트생은

생기 없는 표정으로

연이어 내지른다


안녕하세요! 4천원이세요!


그 누구도 귀담아 듣지도 

반기도 않는 인사말을 뒤로 하고

토마토케첩보다 농 짙은 피로를 껴 얹은 쟁반을 든다


손님을 앞에 두고

목청껏 내지른 소리는

사선에서 나던 소리를 닮았고

감자칩에 묻은 소금은 털어내야 했다


청춘이 묻는다

이 소금이 

언제쯤 어디에서 달달해질까


뜻 읽은 청춘은 맛 읽은 소금이려니

꿈이라 해도

진짜 맛있는 소금은 달달한 법이라고


그렇게 사선에서 꿈꾼다


*군 복무 중이거나 방학을 맞아 아르바이트로 생활전선에 뛰어든 청춘들에게도 꿈이 여무는 계절이 되기를 소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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