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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ince ko Mar 25. 2017

호시절

지금 이 순간이 좋을 때라

장맛비에
창창거리던 썩은 내
금세 마르고
걸쭉하게 은빛 존재에 눌러 붙어
허파를 간질이던 이끼는
허옇게 화장하고
모나지 않은 돌멩이에 철썩 제 몸을 의탁했다


창창거리던 내가 마르고
굳어버린 썩은 내에
갈대는 낭창낭창 하늘거리며
비쭉비쭉 발돋움하고
바싹 마른 이끼가 품은 돌멩이는 들썩거린다


낡은 기계가 토해낸 기름물마저 끊기고
꼬리지느러미로 굵은 모래를 고르던
고기는
바싹 마른 내를 어쩌지 못하고
물 찾아 돌 밑으로 돌 밑으로
대가리를 쳐 박나니
물이 넘치나 가무나
존재를 확인하기 시작하는 현실이란
살아 있음을
살아야 하는


대가리가 깨지고 비늘이 빠지고
썩은 내나던 개천 밑으로 밑으로 
갈대에 자리를 내준 은빛 존재는
허파가 틀어 막혀도 창창거리던 시절을 떠올린다

언제 호시절이 있었던가
장마는 썩은 내라도 씻었거니
감사할 수 있다면 지금도 호시절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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