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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ince ko Mar 25. 2017

비오는 날, 기우(祈雨)

그리움은 비에도 젖는다

비오는 날, 기우(祈雨)


검지로 꾹꾹 눌러 쓴

굵은 글씨가 금세 흐려지는 차창 안

밖에선 굵은 장맛비가 내달린다


받쳐 쓸 우산 없지만

종착에 이르면

패인 길바닥에도

찰박 찰박 인사하고

토란잎인 양 가만히 손바닥 뒤집고

하늘에도 인사하리라


허술한 손 우산에

들쑥날쑥 가르마는

산성비를 탓하랴 나이를 탓하랴


졸음에 겨워 눈물 받쳐 든 저녁

타박 타박거려도 무심한 듯 울리는 너


비(雨)이고 싶다


받쳐 쓸 우산 없이 내려도

생긋 생긋

하늘바라보며 웃는 이의 어깨를 토닥이는

비(雨)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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