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망월동에서
그곳에 가면
하얗게 웃던 그 남자의 얼굴이 떠오른다
가뭄에 달아오른 돌무더기에 머리를 쳐 박고 죽은
가시고기처럼 떠난 남자
잊지 말아 달라던
그곳에 가면
삶과 죽음이 엇갈리던 순간의 물음표가 있다
울면서 떠난 스물아홉 살 남자
그가 남기고 간 다섯 살 어린 상주
에놀라 게이의 리틀 보이1)보다
더 무거운 질문을 안고 사는 게 세상살이라지만
돌탑처럼 쌓아올리던 행복이 빛으로 산란하는데
무릎이 짓물러 피가 흘러도
잊을 수 없는 상처 새살로 돋는가
그곳에 가면
*1) 에놀라 게이는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핵을 투하한 B29기의 애칭이고, 리틀 보이는 당시 투하된 핵폭탄의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