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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ince ko Mar 28. 2017

강적

예루살렘에서 죽음은 통곡하지 않는다

강적


여기는 예루살렘


달빛 형형한 밤에 대낮부터 시작된 불길이 타오른다

어린 양이 짧은 신음 소리를 내고 눈을 감자 

창자가 드러나고

제단에 오르기 전부터 성 안은 피비린내가 진동한다


질퍽거리는 배설물과 내장을 태우는 이들은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코를 틀어막지만 

그것은 냄새 때문이 아니다

보이는 거라곤 죽음뿐인 거리에서

날마다 죽음을 목도하는 이들의 질고를 담은 

날 것 그대로의 민낯은 어울리지 않아서다


똥문 밖 힌놈 골짜기 칙칙한 무덤들은

보름 달빛 아래 

삶과 죽음을 나누고

여기가 게헨나라고 말하지만 

생명이 통곡할 뿐

죽음은 통곡하지 않는다


보름달 횃불 아래

입 맞추는 자가 가까이 올 때

큰소리치던 자는 칼을 들었고 

함께 하던 남자들은 멀찌감치 거리를 두었다

두려움과 불신이 모두를 삼키고

죽음이 무엇인지 알고 있던 청년은 옷가지조차 버리고 내뺐다


유대인의 왕이여 평안할지어다!


달빛 속 똥문을 지나 성전

모략과 배신은 죽음을 안기고

조롱과 채찍, 권력의 언어와 함께

미리 선포된 죽음은 성전을 매장했다


예루살렘에 화 있도다!


다 이루었다!


그 소식을 감추려는 듯

양 굽는 냄새가 거리에 진동하고

제사장의 기름은 넘쳐나는 

이 도시는 강적, 예루살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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