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도 계절을 알듯이
죽음 너머
나무는
썩은 그루터기에도
새 순을 내고
고목에도
열흘 붉은빛 부럽지 않은
꽃 피우나니
사람아!
나이 들어 생기 잃는다고
서러워 마라
하늘과 땅 맞닿은 곳에
생기 불어 넣으신 님
너와 함께 있나니
죽어 썩는다 해도
나무만 못하랴~
--수령 수십 년은 됐음직한 벚나무 밑둥지에 꽃이 피었다. 오랜 세월에 찌든 굵은 나무껍질에 무슨 생명이 있을까 했는데, 그곳에도 물이 오르고 봐 달라는 듯이 자태를 뽐낸다. 오늘 아침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는 봄이 왔음을 털갈이로 알렸다. 꽃비 내리는 시절만큼 녀석은 털을 날릴 것이다. 고목에 핀 꽃은 생명을 말하고, 개털은 세월이 흐름을 말한다. 하늘과 땅이 맞닿은 곳에 있는 사람은 세월 속에서 생명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