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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ince ko Sep 14. 2017

보통명사가 고유명사가 될 때

주격조사가 어렵긴 어려운가 보다

#보통명사와 #고유명사_차이 #웃자


이주노동자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은, 는, 이, 가’, 주격조사 사용을 엉터리로 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이’, ‘가’를 한꺼번에 쓰는 경우는 그 중 한 예다. 예를 들면, 이런 문장이 있다고 치자. 


“사장님은 구두쇠야”라고 말해야 할 때, 이주노동자들은 많은 경우 “사장님이가 돈 쪼오~끔 줘요”라고 한다. 이때 ‘사장님은’이 ‘사장님이가’로 바뀌면서 보통명사가 고유명사가 되고 만다. 


또 다른 예를 보자. 


“삶에는 기복이 있어야 해. 삶이란 게 잘 안 풀리면 더 열정이 생길 수도 있고, 잘 풀리면 즐거움이 배가 되니까.”


 ‘삶에는 기복이 있어야 해.’ 여기에서 이주노동자들은 ‘기복이’를 ‘기복이가’로 쓰기도 한다. “삶에는 기복이가 있어야 해”라고. 이때 역시 보통명사가 고유명사로 바뀌면서 ‘일이나 상태 따위가 좋았다 나빴다 혹은 성하였다 쇠하였다’는 ‘기복’이 아니라, 사람 이름 ‘기복’이로 바뀌게 된다. 결국 기복이가 있으면 일이 잘 안 풀려도 더 열정이 생길 수도 있고, 잘 풀리면 즐거움이 배가 된다는 뜻이 되고 만다. 


물론 이주노동자들은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다. 그래서 그런 실수에는 '주격조사를 제대로 쓰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닌가 보다'하고 웃고 넘어가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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