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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ince ko Sep 14. 2017

이처럼 시원시원한 사장 어디 없나!

퇴직금 정산 깔끔하게 끝내 준 사장

#똑똑한_사장 #이주노동자_출국만기보험_퇴직금


“압둘라 퇴직금 때문에 전화했는데요. 계산하신 대로 주면 되는 거죠?”

“네? 회사에서 한 번 계산해 보시고 주시죠.”

“아니, 뭐…저희가 몰랐던 거니까, 맞겠죠.”

“아. 네…”

"압둘라 통장으로 넣어드릴게요."


압둘라는 9월 19일자로 출국 예정인 우즈베키스탄 이주노동자다. 한국에서 4년 9개월 보름을 같은 회사에서 일했다. 회사에서는 출국 만기일 열흘을 앞두고 퇴사 처리를 해 줬다. 혼자 출국 준비를 하던 압둘라는 퇴직금 성격의 출국만기보험 수령 금액이 자신이 받아야 할 퇴직금보다 훨씬 적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때문에 지난 월요일(11일)에 회사 담당자와 통화할 기회가 있었다. 담당자는 사장에게 보고하고 연락 준다고 했다. 그 연락이 오늘 왔다. 사장은 퇴직금 관련해서 출국만기보험과 실 수령액 사이에 차액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고 했다. 퇴직금을 제대로 정산하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회사 책임이라며 미안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러면서 쉼터에서 계산한 내역대로 압둘라에게 지급하겠다고 했다. 회사에서 다시 계산해 보라고 해도, 굳이 그럴 필요가 있겠냐고 할 정도로 깔끔하게 인정할 것은 인정했다. 


압둘라네 회사는 외국인을 고용해 본 경험이 없는지 관련 행정에 대해 무지했다. 보통 재입국할 사람이 아니라 하더러도 출국항공권 예약이나 국민연금 정산 같은 것은 회사에서 도와주는 경우가 많은데, 압둘라는 모든 것을 스스로 해야 했다. 그래도 회사에서 퇴사 처리를 일찍 해 준 덕택에 쉼터 도움을 얻어 귀국 준비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압둘라는 재입국 자격이 되지만, 다시 한국에 올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에 정착해서 사업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에 다시 올 경우 10년을 외국에서 사는 셈이다. 압둘라는 사업이든, 공직생활이든 본국에서 꾸준하게 자리를 잡아온 이들과 비교했을 때, 더 나을 거라는 확신이 안 선다고 했다. 사장이 퇴직금 문제로 속을 썩였다면 쉽게 결정했을 일인데, 이젠 선택이 좀 더 어려워졌다. 


어떻게든 안 주고, 적게 주려는 회사들은 많다. 이처럼 시원시원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시정하는 경우는 아주 드문 일이다. 사장은 3개월 후, 압둘라가 다시 한국에 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휴가 가는 사람 마음을 불편하게 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고 있는 똑똑한 사장이다. 압둘라의 마음을 잡는 방법을 알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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