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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ince ko Nov 15. 2017

파스의 효험을 믿을지어다

파스는 만병통치약-근육통은 물론이고 두통에 발바닥 갈라진 데까지

이주노동자들을 상담하다 보면 의사도 아닌데 종종 ‘어디가 아픈데 어떻게 하면 좋으냐’는 질문을 받는다. 그 말 속에는 병원에 같이 가 줄 수 있느냐는 뜻이 있기도 하고, 도와줄 수 있느냐 혹은 하소연이라도 들어달라는 뜻이 있기도 하다.


날이 추워지면서 “피부가 가렵다. 머리가 너무 많이 빠진다”는 등의 하소연이 많아졌다. 얼마 전에는 발바닥이 갈라져서 아프다는 사람이 있었다. 나 역시 겨울이면 발바닥 갈라짐을 경험하곤 하는 터라 간단하게 처방을 내려줬다.


“아, 그럴 땐 파스 붙이면 돼요.”

“파스? ㅋㅋㅋ

”“아니, 왜? 머리 아플 때 파스 붙이는 거랑 똑같아요.”

“그래도...”


목소리만 들어도 긴가민가 하는 표정이 선했다. 하긴 살다 살다 발바닥에 파스 붙이라는 돌팔이 같은 처방은 처음 들었을지 모른다. 그런데 동남아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을 보면 머리가 아플 때 이마나 관자놀이에 파스 붙이는 걸 흔하게 볼 수 있다. 발바닥이 갈라졌다고 전화온 그는  머리가 아플 때마다 인증 사진을 보내오곤 했던 사람이다. 이마와 관자놀이에 파스를 잘게 잘라 덕지덕지 붙인 사진을 보며 웃지 않을 수 없엇다. 그를 통해 근육통에 쓰는 줄 알았던 파스가 훌륭한 두통약 노릇을 하고 있음을 알았다.


그런 파스를 발바닥 트임에 붙이라고 했으니 피부약도 되는 셈이다. 혹자는 파스를 멀미날 때 배꼽에 붙인다고도 한다. 민간 의학이라고 할까, 무면허 의료행위란 게 대체로 그렇다. 이쯤 되면 만병통치약이 아닌 게 없다. 그렇다고 된장 한 접시 사무실에 갖다 놓고 아프다는 사람에게 붙여주라고 하지 마시라.


그나저나 어떤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으나 피부가 약한 얼굴보다는 감각이 둔한 발바닥에 붙이는 게 덜 불안하지 않나?


발바닥인데 어때, 한 번 붙여 봐.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웃자고 한 얘기를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진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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