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rince ko Nov 17. 2017

캄보디아 이주노동자들이 더욱 고단한 이유

독재자 훈센 총리와 다를 바 없는 사장님들

최근 캄보디아 이주노동자들 소셜미디어 게시물에 정치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보인다. 지난 16일 캄보디아 대법원은 제1야당 해산 결정을 내렸다. 제1야당 캄보디아구국당(CNRP)이 정부 전복을 꾀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CNRP는 내년 7월 총선을 앞두고 최대 정적으로 떠오른 야당을 탄압하기 위한 훈센 총리가 일당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대법원을 압박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고국 소식에 많은 이주노동자들 역시 대법원 결정에 반발하며 훈센 총리를 비판하고 있다. 민주주의가 종말을 고할지 독재자가 철권통치를 강화할지 한 치 앞도 못 볼 지경이 된 고국을 보는 캄보디아 이주노동자들은 참담하기만 하다.


외국에 가면 애국자가 된다고 하는데, 평소 정치에 큰 관심이 없던 이들도 나랏일을 걱정하며 사태가 어떻게 진행될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고국 정치 현실은 마음을 상하게 하고, 이주노동 현실은 몸과 마음까지 아프게 하고 있다.


외국인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캄보디아 이주노동자들은 주로 농업분야에 종사한다. 농사일이란 게 어느 곳이나 비슷해서 최근 농촌에서는 젊은이들이 없는 탓에 이주노동자들의 손길을 필요로 한다. 이주노동자들은 대개 월 2회 휴무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도 적용받지 못하면서 일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63조는 농축산업 종사자는 휴일수당도 없고, 근로시간 제한이나 연차유급휴가 적용도 없도록 하고 있다. 하루 12시간 넘게 일하면서도 연장, 야간, 휴일 근로에 대한 임금할증 없이 노동을 강요당하며 받는 돈은 월 평균 130만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제조업체에서 같은 조건으로 일한다면 최저임금으로도 250~300만원은 받을 수 있다.


농촌에선 일손이 없어 절박한 마음으로 사람을 구한다고 하지만, 사장들은 값싸고 만만한 이주노동자들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한다. 그들은 한국사회에 도농상생이나 공존이니 하는 주장을 하지만, 이주노동자들 인권이나 권리에 대해서는 귀를 막고 눈을 감는다. 덕택에 돈을 벌면서도 막 대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이주노동자 착취를 기반으로 한 농업이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말하고, 미래를 이야기한다는 건 어불성설인데도 이런 현실을 바로잡자는 사람도 드물다. 캄보디아 이주노동자들에게 농장 사업주는 훈센 총리와 다를 바 없는 권력이요, 저항할 수 없는 체제다.


얼마 전 어느 이주노동자가 올린 사진에는 그 고단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밭 언저리에 누워 쉼을 청해야 할 정도로 일에 지친 그들이 흘린 땀으로 우리 밥상이 차려지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파스의 효험을 믿을지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