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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ince ko Nov 18. 2017

생일에 해고됐는데 사장님 좋다는 이유

어제 모레면 언제를 말하는 거야

“사장님, 잘라요. 어제 모레 다음날 고용센터 SMS 보냈어요.”

“그그저께 보냈다는 거지요?”

“?”

“사장님이 고용센터에 연락한 거 맞지요?”
 “네, 맞아요.”


쇼피쿨은 박스공장에서 일하다가 지난 수요일에 해고됐다. 4년 10개월을 일하고 성실근로자로 재입국하여 다섯 달을 일한 회사였다. 쇼피쿨은 회사가 어려워졌다고 했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18명이 일하던 곳에서 회사를 그만둔 사람은 쇼피쿨 한 명뿐이었다. 같이 일하던 다른 외국인 네 명은 여전히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올해 40살인 그는 한겨울에나 입을 법한 두툼한 긴 패딩에 머리를 꼭꼭 싸매고 쉼터에 왔다. 정확하게는 쉼터 사무실에 들어올 때 모습이 그랬다. 쉼터에 도착하고도 사무실이 조용해서 아무도 없는 줄 알고 사무실 밖에서 10분 넘게 인기척이 나기를 기다렸다고 했다. 숫기가 이렇게 없는 사람도 드물다 싶었다. 


쇼피쿨은 5년 넘게 한국에 있어서 그런지 한국말을 제법 또박또박하게 했다. ‘방글라데시에 갔다 왔다’를 “나라에 갔다 왔어요”라는 식으로 말해서 헷갈리기도 했지만, 큰 어려움은 없었다. 외국인등록증에 생일이 11월 15일로 돼 있었다. 


“생일날 해고됐네요?”

“네, 생일날 사장님 SMS보냈어요.”

“괜찮아요?”

“네, 사장님 좋아요.”


해고되고도 사장님이 좋다고 하는 것과 다른 외국인들은 그대로 일한다는 걸로 봐서 쇼피쿨이 퇴사를 결정한 모양이다. 자진퇴사였으니 쇼피쿨 입장에서는 사장을 나쁘게 말할 이유가 없었다. 사장은 쇼피쿨 생일에 고용센터에 퇴사 처리를 했다. 부당노동행위나 임금체불 등 여러 이유가 있어도 근무처변경을 해 주지 않는 사장들에 비하면 회사를 그만둔다 했을 때 순순히 허락해 준 사장은 쇼피쿨에게는 좋은 사람이다. 어쩌면 해고든 자진퇴사든 쇼피쿨은 생일선물을 받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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