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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ince ko Apr 11. 2018

푸른 낙엽

우리에게 상처 있어도

낙엽은 갈변해야 하는 거라고 말하지 말자

아직 푸를 날이 한참인데

칼바람에 상처 입어 구르는

아니, 밟히는 나뭇잎 하나하나 온통 푸르거늘…


파랗다고 낙엽이 아닌 건 아니다

마저 피지 못한 꽃망울을 단

상처 입은 푸른 낙엽 있거든

책갈피로 넣어보자


시퍼렇게 지고 싶은 나뭇잎은 없나니


명색이 꽃피는 봄

난데없는 칼바람에

찢어지고 떨어져도

아직은 푸를 날이 많은 때이지 않은가

피지도 못하고 떨어진 잎들을 낙엽이라 하지 말자

보듬어야 할 상처라 하자


시속 20킬로 강풍에 막 싹을 내밀던 잎사귀들이 모진 고초를 당했나 보다. 어릴 때부터 바람이 주는 자유로운 느낌과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서 느낄 수 있는 산뜻함 때문에 바람을 좋아했다. 무엇보다 바람이 지나갈 때 살아있다고 느낄 수 있어 좋아했다. 머릿속을 헤집고 들어와서 안 그래도 곱슬곱슬한 머리를 빠글빠글하게 만들어 놓고 마는 태풍급 바람을 좋아하는 아이를 어른들은 웃긴 놈이라 했다. 피하지 못하면 즐기라고 했다. 바람 많은 땅에서 바람 타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꿈을 꾸기도 하고, 돛대를 올려 맘껏 바다를 달리고도 싶었다. 꼬마가 꿈꾸던 날도 어른들은 밭에서 씨를 뿌렸다.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시126:5) 우리에게 상처 있어도 회복할 날 또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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