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그림

살구색

by Prince ko

살색이라는 말을 쓰던 시절이 있었어

큰 도화지에 얼굴을 그려놓고 채울 때면

당연한 듯이 그 색으로 채웠지

누리끼리 노르스름하고 누런

거무스름 까무잡잡하고 까만

희끄무레 멀겋고 허연

잘 여문 밤색 얼굴까지

똑같은 색을 입혔어

정말 볼품없었지

흙밭에서 먼지 뒤집어쓰고

뙤약볕에 그을린

엄마 얼굴은 달리 표현할 길이 없었지

그땐 그림 솜씨가 못했던 탓이려니 했는데

크레파스엔

초콜릿도 있고 살구도 있다는 걸 알고 난 뒤부터

엄마 얼굴을 채울 수 있는 색이 많아졌어

나름 훨씬 나아진 그림에 슬쩍 입꼬리가 올라가기도 해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푸른 낙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