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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ince ko Dec 31. 2017

독수공방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으며

이 겨울

여름이 아니라도

어느 도심 가로수길 능수버들에

시 한 수 걸고

읽어볼까 했는데

망나니 푸른 칼부림에 날아갔나

남은 모가지가 없다


이 겨울

바들거리는건 나무만이 아니다

어느 시골 냇가 능수버들에

시 한 편 펼치고

한 소리해 볼까 했는데

마흔 넘어도 장가 못간 농군 총각

눈치에 타들어갔나


이 겨울

속 썪는건 사람만이 아니다

겨울 하늘에

시 한 수 치고

읽는다


이 겨울

움츠리는건 추워서가 아니다

이 밤

흔들리는건 바람 때문이 아니다

이별 한 번 못하고 붙잡던 마음

눈길 한 번에도 흔들린다


*2015년말 남도로 가기에 앞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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