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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ince ko May 12. 2018

방을 마다하고 창고에서 잠자는 이유

이주노동이라는 용기를 낸 그-인생은 타이밍이다

요즘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부타가 방을 마다하고 폐쇄된 컴퓨터실에서 잠을 잔다. 옥상 출입 때문에 지금은 창고로 쓰고 있는 공간이다. 다른 나라 이주노동자들과 하룻밤을 보낸 그는 여자 숙소 쪽 교실에서 잠을 자면 안 되냐고 물었다. 


“냄새 너무 심해요. 머리 아파요.”


기시감! 그 말에 강제추방된 잠비아인 윌리마가 떠올랐다. 그 역시 다른 사람들 냄새 때문에 같은 방을 쓰기 싫다며 보일러가 있던 창고나 방 밖 거실에서 자는 걸 좋아했다. 그러나 정작 냄새는 그에게서 나는 경우가 많았다. 차가운 바닥에서 웅크리고 자는 그를 깨울 때면 술 냄새가 풀풀 났지만, 그는 술을 먹지 않았다고 우기곤 했었다. 술 냄새가 아니더라도 동남아 출신 이주노동자들은 아프리카에서 온 그의 냄새가 특이하다며 고개를 흔들곤 했다. 


부타는 술을 마시지는 않는다. 다만 다른 국적 이주노동자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한다. 여자 숙소 교실에서 자는 걸 허락하지 않자, 그는 창고를 선택했다. 사람마다 냄새가 다르니 서로 부대끼며 사는 걸 어려워하는 심정은 이해한다. 


쉼터 운영하는 입장에서 부타처럼 독립적인 경향이 강한 사람에겐 공동생활에 대해 쓴 소리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여자들에 비해 청결도가 낮은 남자들인데, 방 밖으로 침구류를 굴리면 이불과 요와 같은 침구류는 다른 사람이 이용하기 어렵다. 세탁기로 돌릴 수도 없고…머리 아프게 한다.


다행히도 부타는 타이밍이 좋았다. 그가 창고를 이용하기로 작정했을 때 남자 숙소 이용자가 많아 비좁았다. 그런 마당에 뭐라 할 수가 없었다. 어쩌면 자기가 불편을 감수하겠다는 의지이기도 했는데, 고작 세탁 문제 하나로 싫은 소리를 할 수 없었다. 


마침 베트남 이주노동자 두 명이 쉼터를 이용하고 싶다는 전화가 왔다. 사람이 많아 비좁을 거라는 말을 전했고, 그들은 쉼터에 오지 않았다. 오늘 두 명이 나갔다. 둘은 쉼터 이용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나저나 부처처럼 숫기 없는 사람이 외국에까지 와서 일할 용기가 어디에 있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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