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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ince ko Jun 04. 2018

곰돌이가 살이 빠진 이유

캄보디아에도 세탁기 있다!!

곰돌이가 돌아왔다.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판나가 녀석을 너무 좋아해서 데려가라 했었다. 말이 통하는 사람이 없는 농장에 혼자 가는 판나에게 녀석이 좋은 친구가 돼 줄 거라고 여겼다. 사실 녀석이 곰돌인지 곰순인지는 확실치 않다. 


집을 나갈 때 녀석은 볼살부터 뱃살까지 통통 그 자체였다. 그 녀석이 피골이 상접해져서 돌아왔다는 걸 오늘에야 알았다. 새로운 일자리를 원하는 판나가 쉼터에 돌아온 지는 며칠 됐다. 곰돌이는 통통해야 한다는 건 편견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다이어트를 해도 너무 했다. 살이 빠진 녀석은 무언가에 심통이 잔뜩 난 표정이다. 마치 가출했다가 붙잡힌 아이가 입을 삐죽거리는 것 같다. 집 나가서 고생이 많았는지 털 색깔로 봐선 갈색곰이요, 큰곰인 녀석이 수척해진 모습이 괜히 안쓰럽다. 


지난겨울에 농장주 부인은 판나에게 “캄보디아에 세탁기도 없잖아!”하면서 고장 난 세탁기를 고쳐주지 않았었다고 했었다. 세탁기가 없다는 말에 판나는 어이가 없었지만 대꾸할 엄두가 나지 않았었다. 


어쩌면 판나는 쉼터에 온 김에 곰돌이를 세탁기에 돌렸는지 모르겠다. 땟국만 뺏으면 좋았을 텐데, 매력 만점인 살까지 뺏으니 하는 소리다. 


어찌됐든 솜이라도 사서 넣어줘야 할지 모르겠다. 어디 두툼한 솜이불 노는 거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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