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도 세탁기 있다!!
곰돌이가 돌아왔다.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판나가 녀석을 너무 좋아해서 데려가라 했었다. 말이 통하는 사람이 없는 농장에 혼자 가는 판나에게 녀석이 좋은 친구가 돼 줄 거라고 여겼다. 사실 녀석이 곰돌인지 곰순인지는 확실치 않다.
집을 나갈 때 녀석은 볼살부터 뱃살까지 통통 그 자체였다. 그 녀석이 피골이 상접해져서 돌아왔다는 걸 오늘에야 알았다. 새로운 일자리를 원하는 판나가 쉼터에 돌아온 지는 며칠 됐다. 곰돌이는 통통해야 한다는 건 편견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다이어트를 해도 너무 했다. 살이 빠진 녀석은 무언가에 심통이 잔뜩 난 표정이다. 마치 가출했다가 붙잡힌 아이가 입을 삐죽거리는 것 같다. 집 나가서 고생이 많았는지 털 색깔로 봐선 갈색곰이요, 큰곰인 녀석이 수척해진 모습이 괜히 안쓰럽다.
지난겨울에 농장주 부인은 판나에게 “캄보디아에 세탁기도 없잖아!”하면서 고장 난 세탁기를 고쳐주지 않았었다고 했었다. 세탁기가 없다는 말에 판나는 어이가 없었지만 대꾸할 엄두가 나지 않았었다.
어쩌면 판나는 쉼터에 온 김에 곰돌이를 세탁기에 돌렸는지 모르겠다. 땟국만 뺏으면 좋았을 텐데, 매력 만점인 살까지 뺏으니 하는 소리다.
어찌됐든 솜이라도 사서 넣어줘야 할지 모르겠다. 어디 두툼한 솜이불 노는 거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