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rince ko Jun 18. 2018

이주노동자쉼터 아침 풍경

웃고픈 이야기

이주노동자쉼터라고 특별할 것도 없지만, 마냥 웃을 수 없는 소소한 일들이 반복된다. 오늘 아침 풍경을 살짝 이야기해 보면 이렇다. 


① 대화 실종
남자 방. 방글라데시 사람 두 명에 태국, 이집트, 우주베키스탄, 캄보디아 사람이 각 한 명씩 있다. 9시 넘도록 드러누운 사람도, 앉아 있는 사람도 말이 없다. 누가 왔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삼매경이다. 다들 핸드폰에 코를 박고 뭔가를 열심히 보고 있다. 그 중에 누군가 샤워하는 소리가 들린다. 흠흠, 기침을 하려다 말았다. 굳이 흥을 깰 이유가 없다.  


② 대구 사람, 태국 사람
“대구 사람이요. 쉼터 잘 수 있어요?”
“대구 사람이 용인까지 온다고요?”
대구에서 전화했다는 사람 목소리가 사무실 바깥에서 들리고 있었다. ‘대구 사람’아닌 ‘태국 사람’이 전화하고 있었다. 강원도 철원에서 왔다는데, 대구나 철원이나 가까운 거리는 아니다. 그곳엔 쉼터가 없나?


③ 떠나는 남편, 남은 부인
고용허가제로 입국하고 잠시 실직했던 남자가 떠났다. 그를 따라 쉼터에 왔던 여자는 남았다. 둘은 태국에서 온 부부다. 남자는 신이 난 모양인데, 여자는 뭔가를 참는 표정이다. 제조업 분야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남자는 구직이 그나마 수월했다. 체류 자격이 다른 여자는 구직이 녹록치 않다. 주말에 둘은 만날 것이다.


④ 구직 출발 준비
베란다 탁자 위에 파란 가방이 놓여 있다. 가방 옆에 물병이 꽉 찬 걸로 봐서 어딘가 떠날 준비를 하는 사람이 있는 모양이다. 가방 주인은 일자리를 알아보려고 수원에 간다고 했다. 캄보디아 여성 이주노동자였다.  벌써 몇 주째 허탕 치고 있지만 씩씩하다. 오늘은 성공할까? 그럴수만 있다면...


⑤ 한국에서 배운 빨리빨리
귀국 비행기표를 사고 핸드폰을 중지시켰다. 귀국비용 신청하고 나면 보험사에서 전화 확인하는데, 연락처가 사라진 셈이다. 한국에서 ‘빨리빨리’를 제대로 배웠나 보다. 어찌됐든 아직 귀국일자가 남아 있어 팩스를 보내고, 서류 접수를 확인했다.

인도네시아는 지금 연휴 기간이다. 그가 제때 귀국한다 해도 연휴는 끝날 즈음이다. 그래도 귀국비용이라도 받고 나면 손에 쥘 목돈이 몇 푼 더 될 수 있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슈퍼우먼도 건망증은 어쩌지 못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