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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ince ko Jun 24. 2018

뿌리

바람결에 상처받지 않는 뿌리가 되라

깊이 깊이 꾹꾹 기어들어야

튼실해지고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지만

나무도 속내를 드러낼 때가 있다


숨 막히게

속으로 속으로 기어들어가고

꾹꾹 누르고 누르다

바람결에 흔들리고 상처받아

울화통이 터져

그 속내, 밖으로 끌어내고 싶어 

살짝 속살을 내민다


그렇게 밖으로 드러낸다고 

누가 알아주기나 하던가

밟히고 상처받아

끊기고 터지고

죽기까지

내놓는 게 아니었다


칭송은 하늘바람에도 나불거리는 

위에나 있지

어둠을 비집고 들어간

뿌리에는 가당키나 한가


주인공은 늘 따로 있다


바람결에 상처받지 않는 뿌리가 되는 수밖에


* 바닥을 드러낸 저수지에 온갖 쓰레기들이 말라 비틀어진다. 녀석들은 진흙을 뒤집어쓰고 몸뚱이가 쩍쩍 갈라지며 거친 숨을 쉰다. 주말에 비온다니 찰랑찰랑 저수지에 숨구멍이라도 트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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