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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ince ko Jul 12. 2018

두 년 지난 남자가 한 말, '사장님 많이 먹어!'

예의 바른 남자 입에서 나온 한국어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용자들은 남녀가 다른 주방을 사용한다. 남녀가 따로 음식을 만들어 먹도록 하지만 가끔은 여자 숙소에서 식사를 하는 남자들이 있다. 그들은 타국에 왔지만 고향에서부터 몸에 익힌 가부장적인 모습은 어쩔 수 없는지, 도무지 스스로 식사를 준비하려 들지 않는다. 


팔뚝에 용 문신을 한 케머라봇도 그랬다. 쉼터에 먼저 와 있던 태국인 여자 이주노동자, 치우투마와 목시리는 케머라봇보다 나이가 열 살 정도 많았다. 둘은 어린 나이에 고생하는 동생을 어떻게든 돌봐 주려는 누이들 같았다. 돼지고기를 지지고 볶고 새우젓갈을 곁들여서 케머라봇에게 상을 차려주었다. 케머라봇은 식탁에 앉으며 누이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마치 자기가 차려놓은 것처럼 나에게 식사를 권했다. 


“사장님 많이 먹어!”

“하하하”


월급 줄 돈도 없는 쉼터 운영자에게 사장이라니, 웃을 수밖에 없었다. ‘많이 먹으라’는 말은 케머라봇이 한국에서 농업이주노동자로 일하며 식사할 때마다 으레 들었던 말이었다. 


“한국에 언제 왔어요?”

“두 년!”


손가락 두 개를 펴며 케머라봇이 뱉어낸 단어에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 온 지 두 년된 남자를 포함한 두 놈 앞에서 두 여자는 영문도 모르고 웃고 있었다.


음…'이 년'도 아니고, '두 년'이라, 밥 먹는데 한국어 가르치려 들면 체할까 싶어 웃고 말았다. '두 해'라고 하면 너무 어렵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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