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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ince ko Oct 09. 2018

반쯤 접은 꿈

어떤 기대

값나갈 것 없는 여행 가방에

값나갈 것 없는 옷가지들을

한 짐 꾹꾹 꾸려 집을 나섰던 이가

다시 한 번

짐을 꾸린다


지난여름 폭우에, 또 폭서에도

아침인사는 해님에게

저녁인사는 달님에게 하며

징글맞던 비닐하우스와

석 달 월급을 뒤로 하고

지불각서 한 장 받아들었다


사장과 작별한 이가

눌러 담은 물건들을

견디지 못한 지퍼는

헤실바실 잇몸 드러내고

실밥 뜯긴 손잡이는

턱 빠진 호랑이처럼

히죽히죽 너덜거린다


값나갈 것 없는 여행 가방에

한 짐 가득 꾹꾹 눌러 담았던

꿈은 이제 반을 접었다

펼지 접을지

짐 푸는 곳에서 결정 난다

지퍼 터지듯

복창 터질지

복 터질지

값나갈 것 없던 옷가질 쌀 때보다

두근두근

기대 백배다


두 손 모으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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