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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ince ko Oct 09. 2018

상추가 슬픈 이유

흔적

여름이면 아무렇지 않게

듬성 듬성 뜯고

눈길 한 번 제대로 안 줘도

혼자 잘만 크고

알아서 해를 마감했던

그 옛날 상추가 아니다


밑둥에서부터

손바닥 남짓해지면

뜯기고 뜯기기를 반복하여

키다리가 된 상추 몸뚱이엔

착취받는 이가 남긴

착취받은 흔적이 적나라하다


이래서 쓰겠나

이 꼴 보고 목구멍으로 넘어가겠나


비닐하우스에서 키웠다고

수경재배했다고 뭐라 하는 게 아니다


여름이면 아무렇지 않게

듬성 듬성 뜯고 눈길 한 번 제대로 안 줘도

혼자 잘만 크고

알아서 해를 마감했던

그 옛날 상추가 아니라 그렇다


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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