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여름이면 아무렇지 않게
듬성 듬성 뜯고
눈길 한 번 제대로 안 줘도
혼자 잘만 크고
알아서 해를 마감했던
그 옛날 상추가 아니다
밑둥에서부터
손바닥 남짓해지면
뜯기고 뜯기기를 반복하여
키다리가 된 상추 몸뚱이엔
착취받는 이가 남긴
착취받은 흔적이 적나라하다
이래서 쓰겠나
이 꼴 보고 목구멍으로 넘어가겠나
비닐하우스에서 키웠다고
수경재배했다고 뭐라 하는 게 아니다
여름이면 아무렇지 않게
듬성 듬성 뜯고 눈길 한 번 제대로 안 줘도
혼자 잘만 크고
알아서 해를 마감했던
그 옛날 상추가 아니라 그렇다
아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