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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ince ko Mar 05. 2019

그가 당장 입원해야 한다는 이유

치료보다 돈 걱정이 앞선 그가 한 말

작년 12월에 가슴 통증으로 진료를 받았던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S는 3개월 동안 약을 먹었지만 차도가 없어 폐 조직검사를 해 보기로 했다. 동네 병원에서 S병원을 거쳐 A대학교병원까지 가게 된 이유였다. 


영상의학과에 들러 그간 진료 받았던 영상 기록들을 넘겼더니, 복부와 자궁에도 폐와 비슷한 증상이 있다면서 산부인과 진료까지 받아볼 것을 권했다. 조직검사는 입원치료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담당 의료진 스케줄을 확인해야 했다. 그때 어떤 할아버지가 당장 입원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 아파, 아프다고, 오늘 입원해야 해!”


막무가내로 언성을 높이는 할아버지에게 절차를 설명하는 간호사는 미소를 잃지 않고 있었다. 천사가 따로 없다 싶었다. 


조직검사일은 4월 4일로 잡혔다. 그게 문제였다. 병원에 가면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줄 아는지 S는 “한 달 안 돼요. 일해야 해요”하며 당장 치료받아야 한다고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치료보다 돈 걱정이 앞선 탓이었다.  그 모습을 보던 간호사는 할아버지를 달래던 그에게 내가 던졌을 시선으로 “선생님도 참 갑갑하시겠어요.”하며 나를 천사 보듯 했다. 


하지만 이주노동자 지원활동을 하다 보면 천사 정도는 발등상으로 두어야 할 때가 있다. 징징 짜는 S의 말은 무시하고, 조직 검사 예약을 했다. 병원 일을 보다 보면 종종 겪는 일이다. 이 과, 저 과 오가며 접수하고 대기하는 시간도 만만치 않은데, 병원 일을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휙 하고 처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이주노동자에게 끌려 다니다 보면, 정작 중요한 치료시기를 놓칠 수도 있다. 모질 때는 모질 필요가 있다. 


산부인과 진료는 이틀 뒤에 잡혔다. 병원이 시간 다 잡아먹는 느낌이다.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 아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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