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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ince ko Mar 02. 2019

언니는 미용사

품앗이 머리 손질

사각사각…. 머리를 자르며 내는 가위소리가 어느 만큼 가윗날을 벼렸는지 말해줍니다.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닙니다. 어쩌면 고향에서부터 어린 동생들 머리를 손질해 주던 맏언니의 솜씨 같기도 합니다.


생머리를 싹둑싹둑 자르는데도 크게 티가 나지 않습니다. 워낙 길게 기른 머리라 그런지 결이 갈라진 윗부분까지 아낌없이 쳐내는데도 여전히 허리 가까이 닿습니다.


이주노동자쉼터에서는 이런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미용실에 가면 비용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원하는 모양을 제대로 말하기도 어렵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쉼터에서 서로 품앗이를 하며 머리를 자르기도 하고, 염색을 하게 됩니다. 머리를 자르며 서로 무슨 이야기를 정겹게 나누며 까르르 웃기도 합니다. 아직은 한참 멋 내고 예쁠 나이에 외국에 와서 일하느라 지친 이들이 머리를 자르며 잠시 숨을 고르는 셈이지요.


아직까지 바깥공기가 차지만, 아침부터 멋 내느라 열심인 이주노동자들의 봄맞이 머리단장이 보기 좋습니다. 사람이 꽃보다 곱다는 말이 서로 기대며 사는 이들에게는 참 잘 어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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