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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ince ko Jul 25. 2019

망향

안동댐 위에서 본 어느 수몰지구

뚝 위에 올라 고향을 본다

내 고향은 아틀란티스

추억하는 이의 기억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전설이 되었다


멀리 보이는

수백 년 거북등 위로


갈라진 손등

터진 입술

마른 흙이 눈물에 젖는다


등 굽은 할배 놀리듯

쪼르르 

내빼는 녀석들의 잰걸음이 쌩쌩하다


우물가엔 물기 머금은

바가지 하나 덩그렁

등 굽은 할매 잔기침만 남았다


기름칠한 쟁기에 녹이 슨다

간장 익는 장독대에 내리는 비

삭은 싸리문에도 마음이 놓인다

배부른 돌담 위에 놓인 행복 


고향 떠나 찾아온 길 멍하여

순간 고개 한 번 흔든다


단정하게 쓸린 마당 안팍

싸리비 흔적 여전하다

큰물 날 때마다

그 흔하던

쓰레기더미는 간 곳 없다

수몰 앞두고

목욕재계하듯 했던 마을 대청소 덕일까

홀로 마을 어귀 지키던 팽나무는 고목이 되었다

산그늘은 낮게 드리운다

말랐던 개울에

잔주름이 흔들린다

가재 잡던 녀석들 떠올리며 

추억으로 달려가는 휑한 머리 다시 흔든다


댐이 들어서고 실바람에도 넘실대는 마을을 뒤로

약속의 땅 찾아 떠났지만

어디에도 뿌리 내리지 못하고

고목이 된 나뭇가지의 기억을 붙잡고 허우적거리는

그가 

뚝 위에 올라 고향을 본다


아틀란티스가 된 고향을



**사람은 기본적으로 실향민이다. 늘 고향이 그리운. 늘 가물어 해갈이 필요했던 마을이 수몰지구가 되어 물이 철철 넘쳐난들 기뻐할 수 없는 이유다. 설령 고향을 등지며 어떠한 보상을 받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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