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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ince ko Mar 19. 2020

봄맛

씨 고구마 추억

며칠 전
요망지기로 소문난 벗이
씨 고구마 심었다고 자랑했다


어린 시절
우리 어멍
눌 속에서 겨울을 난 고구마를
묵힌 통시 거름더미 위에 빼곡하게 깔아
흙으로 덮어 잘 썩히면
순 돋는 건 순간이었지  


혹독한 겨울을 땅 속에서 보낸 고구마는
단물만 남기고 썩기를 기다리고 있었기에
씨 고구마를 심으며
흙 묻은 낫으로 깎아 먹던 고구마 맛은 봄맛 중에 최고다


썩지 않는 것은 플라스틱이요, 공해일 뿐이라
썩어야 하리, 잘 썩어야 열매를 맺나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요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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