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몰지구 댐 위에서
뚝 위에 올라 고향을 본다
내 고향은 아틀란티스
추억하는 이의 기억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전설이 되었다
멀리 보이는
수백 년 거북등 위로
갈라진 손등
터진 입술
마른 흙이 눈물에 젖는다
등 굽은 할배 놀리듯
쪼르르
내빼는 녀석들의 잰걸음이 쌩쌩하다
우물가엔 물기 머금은
바가지 하나 덩그렁
등 굽은 할매 잔기침만 남았다
기름칠한 쟁기에 녹이 슨다
간장 익는 장독대에 내리는 비
삭은 싸리문에도 마음이 놓인다
배부른 돌담 위에 놓인 행복
고향 떠나 찾아온 길 멍하여
순간 고개 한 번 흔든다
수몰 앞두고
목욕재계하듯 했던 마을 대청소 덕일까
단정하게 쓸린 마당 안팍
싸리비 흔적 여전하다
큰물 날 때마다
그 흔하던
쓰레기더미는 간 곳 없다
홀로 마을 어귀 지키던 팽나무는 고목이 되었다
산그늘은 낮게 드리운다
말랐던 개울에
잔주름이 흔들린다
가재 잡던 녀석들 떠올리며
추억으로 달려가는 휑한 머리 다시 흔든다
댐이 들어서고 실바람에도 넘실대는 마을을 뒤로
약속의 땅 찾아 떠났지만
어디에도 뿌리 내리지 못하고
고목이 된 나뭇가지의 기억을 붙잡고 허우적거리는
그가
뚝 위에 올라 고향을 본다
아틀란티스가 된 고향을
*댐이 들어서며 마을은 물에 잠겼고, 그곳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정든 고향을 떠나야 했다. 태생적으로 실향민인 존재가 실존적 실향민이 되었을 때 그 상실감과 귀소 본능은 더욱 커지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