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rince ko Sep 30. 2020

망향

수몰지구 댐 위에서

뚝 위에 올라 고향을 본다

내 고향은 아틀란티스

추억하는 이의 기억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전설이 되었다     


멀리 보이는

수백 년 거북등 위로


갈라진 손등

터진 입술

마른 흙이 눈물에 젖는다     

등 굽은 할배 놀리듯

쪼르르 

내빼는 녀석들의 잰걸음이 쌩쌩하다     


우물가엔 물기 머금은

바가지 하나 덩그렁

등 굽은 할매 잔기침만 남았다     


기름칠한 쟁기에 녹이 슨다

간장 익는 장독대에 내리는 비

삭은 싸리문에도 마음이 놓인다

배부른 돌담 위에 놓인 행복      


고향 떠나 찾아온 길 멍하여

순간 고개 한 번 흔든다     


수몰 앞두고

목욕재계하듯 했던 마을 대청소 덕일까

단정하게 쓸린 마당 안팍

싸리비 흔적 여전하다

큰물 날 때마다

그 흔하던

쓰레기더미는 간 곳 없다


홀로 마을 어귀 지키던 팽나무는 고목이 되었다


산그늘은 낮게 드리운다

말랐던 개울에

잔주름이 흔들린다


가재 잡던 녀석들 떠올리며 

추억으로 달려가는 휑한 머리 다시 흔든다     


댐이 들어서고 실바람에도 넘실대는 마을을 뒤로

약속의 땅 찾아 떠났지만

어디에도 뿌리 내리지 못하고

고목이 된 나뭇가지의 기억을 붙잡고 허우적거리는

그가 

뚝 위에 올라 고향을 본다     


아틀란티스가 된 고향을          

*댐이 들어서며 마을은 물에 잠겼고, 그곳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정든 고향을 떠나야 했다. 태생적으로 실향민인 존재가 실존적 실향민이 되었을 때 그 상실감과 귀소 본능은 더욱 커지기 마련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억새의 침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