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놀음에 미친 세상
오후 2시
새벽 2시
사연 전하는 라디오에선 아라비아 숫자는 인격을 덧입는다
아라비아 상인이 건네 준 것인지
아라비아 상인을 조른 것인지
사연은
오랜 세월 지나며 다 잊혀지고......
홀로 남아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아라비아 숫자는 기껏해야 하찮은 이방인으로 살아야 했다
까까머리 녀석들 주변머리 없을 시절
선생님은 아라비아 숫자로 주번을 불렀다
붉은 명찰 가슴에 달고 자갈밭에 깍지 끼고 엎드려뻗치던 시절에
쉰 쇳소리로 짧고 굵게 끊기던 아라비아 숫자는
사람을 군인으로 만들었다
담장 안 아라비아 숫자는
등짝타고 흐르던 호랑이 문신 건달
인격마저 가둘 수 있었다
숫자놀음에 미친 세상
라디오를 타고 핸드폰 번호가 불리면
인격이 덧입혀지고
대세로 자리잡은 아라비아 숫자는
밤낮 설움 털어내기 그지없다
오늘 코로나에 걸린 사연은 세 자리 숫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