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라 쓰고 민초라 읽는다
남산 1호 터널 남단 입구
아스팔트를 뚫고 자라는 오동나무
큼지막한 잎이 너덜너덜한 꼴을 보며
떠올린 바랭이
이삭 팰 때면 낭창낭창 고개 숙이는
벼도 아니고
휠 듯 말 듯 뻗은 잎새 자랑하는
난초도 아닌데
떨어질 듯 말 듯 대롱대롱
물방울 달아
꽃이삭이라 할만한데
뽑고 뽑고
밟고 밟아도
쑥쑥 잘만 자라서 잡풀이라더니
바랭이풀, 우산풀, 우근초, 천근초
이름은 많은데
꽃말이 없다네
서울 한복판 길가에서
한반도 땅끝에서도
인도차이나 어느 나라에선가도
천연덕스레 고개 내밀어 하늘대도
누구 하나 꽃으로 안 본다네
유월 땡볕에 헉헉대던 바람이 머물고
사람 손길 가면 마를까
고운 자태에
질긴 생명력
보듬을만한데
눈길 한 번쯤 줄만하지 않더냐
*난 가끔씩 어떤 회의가 길어지면 딴짓하곤 한다. 끄적끄적.
이렇게 딴짓 흔적을 남겼다. 잡초(雜草)라 쓰고 민초(民草)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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