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경이
조금씩 잊어가는 것도 나쁠 거 없고
잊히는 것도 괜찮다
머리를 긁적이며 한참 혀끝을 오물거렸지만 그 이름을 떠올리지 못했다
식물도감이라도 뒤져볼까 하다
잠시 미뤄뒀더니
문득 떠올랐다
질경이
양손에 질경이를 접어 어느 쪽이 끊어지나 놀던 어린 시절이 있었건만
그 이름을 까먹다니.......
어떤 명사들이 바로바로 떠오르지 않을 때
그나마 추억마저 사라지지 않았음을 감사한다
언젠가는 그 추억마저 떠오르지 않을 때가 오겠지만
추억까지 다 안고 살기에는 인생이 너무 버겁지 않은가
조금씩 잊어가는 것도 나쁠 거 없고
잊히는 것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