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rince ko Oct 07. 2021

어느 이주노동자가 꾸는 꿈

쪼그라든 코리안드림

값나갈 것 없는 옷가지들을 꾸역꾸역 집어넣은

올챙이 배 같은 여행 가방에

큰 꿈 담아 고향 집을 나섰던 이가

다시 한 번 

짐을 꾸린다


지난여름 

월급봉투 한 번 받아본 적 없어도

아침인사는 해님에게

저녁인사는 달님에게 하며

징글맞게 땀 흘렸던 비닐하우스와

석 달 월급을 뒤로 하고

지불각서 한 장 받아들고

사장과 작별한 치옴낫


눌러 담은 물건들을 

견디지 못한 지퍼는 

헤실바실 잇몸 드러내고

실밥 뜯긴 손잡이는

턱 빠진 호랑이처럼

히죽히죽 너덜너덜


값나갈 것 없는 여행 가방에

한 짐 가득 꾹꾹 눌러 담았던

꿈은 어느덧 옛 이야기


부풀었던 꿈이 반쯤 쪼그라들었어도

두근두근


지퍼 터지듯 

복창 터질지

박이 터질지

누가 알랴마는

새로

짐 푸는 곳은

기대 백배라니

두 손 모으나니 


꿈이여, 현실로 오라


매거진의 이전글 바람 부는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