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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ince ko Dec 04. 2021

들판에서

허수아비를 위하여

  




허수야!


니 아버지 옷 한 벌 해 드려라!

귀 떨어진 밀짚모자에

언제 적인지 모를 옷가지 입고

저 요란한 참새들에게 수난이시구나


손대면 벨만하게 주름잡은 정장바지는 아니더라도

구멍나고 헤어지다니

이건 아니잖니. 허수야!


허수야!

니 아부지 저 들판에 서신 지

벌써 몇 해인데

단 벌이시구나

붉은 투쟁 띠를 메고

가을걷이를 불사르고 트랙터로 갈아 엎어야 했던

촌로들의 막걸리 고수레에

단 벌 적신 지가 몇 해인데

어쩌겠냐


고향 등 진 너지만

한 벌 해드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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