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 있을진저! 죽음은 통곡하지 않는 땅
여기는 예루살렘
달빛 형형한 밤에 대낮부터 시작된 불길이 타오른다
어린 양이 짧은 신음 소리를 내고 눈을 감자
창자가 드러나고
제단에 오르기 전부터 성 안은 피비린내가 진동한다
질퍽거리는 배설물과 내장을 태우는 이들은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코를 틀어막지만
그것은 냄새 때문이 아니다
보이는 거라곤 죽음뿐인 거리에서
날마다 죽음을 목도하는 이들의 질고를 담은
날 것 그대로의 민낯은 어울리지 않아서다
똥문 밖 힌놈 골짜기 칙칙한 무덤들은
보름 달빛 아래
삶과 죽음을 나누고
여기가 게헨나라고 말하지만
생명이 통곡할 뿐
죽음은 통곡하지 않는다
보름달 횃불 아래
입 맞추는 자가 가까이 올 때
큰소리치던 자는 칼을 들었고
함께 하던 남자들은 멀찌감치 거리를 두었다
두려움과 불신이 모두를 삼키고
죽음이 무엇인지 알고 있던 청년은 옷가지조차 버리고 내뺐다
유대인의 왕이여 평안할지어다!
달빛 속 똥문을 지나 성전
모략과 배신은 죽음을 안기고
조롱과 채찍, 권력의 언어와 함께
미리 선포된 죽음은 성전을 매장했다
예루살렘에 화 있도다!
다 이루었다!
그 소식을 감추려는 듯
양 굽는 냄새가 거리에 진동하고
제사장의 기름이 넘쳐나는
이 도시는 예루살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