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공방 러브레터
여름이 아니라도
마을길 능수버들 가지에
시 한 수 걸고
읊어볼까 했는데
망나니 푸른 칼부림에 날아갔나
남은 모가지가 없다
이 겨울
바들거리는 건 잎 없는 나무만이 아니다
어느 시골 냇가 능수버들에
시 한 편 펼치고
한 소리해 볼만 한데
마흔 넘어도 장가 못간 농군 총각
모친은 눈치도 못 준다
이 겨울
속 썩는 건 잎 떨어진 나무만이 아니다
그래도
겨울 하늘에
시 한 수 치고
읽는다
이 겨울
움츠리는 건 추워서가 아니다
한껏 몸을 펴기 위해서다
이 밤
흔들리는 건 바람 때문이 아니다
눈길 한 번에도 흔들리고
한 번만이라도 하고 바라던 마음에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Happy New Year!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