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Prince ko
Jan 10. 2022
올레 돌담 위로
겨우내 찌들었던 담요가 널리고
봄 햇살에 먼지 날리면
담 너머 유채꽃은 하늘거리고
담쟁이와 홍악이 봄을 전하며
지난 한 해 살림살이가 드러났다
사시사철 물질하랴 밭일하랴
삼다도 겨울 칼바람에 슝슝
현무암 돌담처럼
삭신은 이미 골다공증
세월을 낚고
바람을 낚은
그물망 같은 올레 돌담에게
세월이 전해 준 이야기를 다 담아 들어도 못들은 듯
그저 웃으며 이불 널던 어머니
돌담 구멍 사이사이
얼기설기 뿌리 내린 담쟁이 위로
지나가는 사람과 이야기하며
참깨를 세우고
고구마 줄기를 널어 말려
청둥오리 찾아올 때쯤이면
어느새 한 해 끝자락이었지
온갖 것들이
기대고
달려들어도
넘어지지 않는 올레 돌담 같던
어머니
세월이 전해 준 이야기를 다 담아 들어도 못들은 듯하며 사셨지